참으로 아름다운 퇴장

/ 칼럼니스트 유인경

2017-01-12     칼럼니스트 유인경

이달 20일, 한 남자가 떠난다. 세상을 뜨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박수와 갈채를 받고 떠난다는데도 그의 부재가 안타깝고 서운하다. 그 남자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다.

처음에 그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는 우려가 컸다. “내가 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담대한 희망을 갖자” 등의 간결한 문장으로 마음을 파고드는 연설을 하는 그가 혹시라도 말만 잘 하는 선동형 정치인은 아닐까란 편견에서였다. 그런데 8년 후, 그는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레임덕도 없이, 가장 미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떠난다. 토크쇼에 출연해 “8년 동안 머리는 하얗게 변하고 관에 들어갈만큼 늙어버렸다”고 자기 비하 농담을 던졌지만, 그의 흰머리와 주름살은 그가 얼마나 성실히, 열심히 그의 직무에 충실했는지를 보여준다.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오바마가 벌써부터 그리운 이유는 이제 매스컴을 통해 그의 근사한 유머를 전해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다민족 국가다운 포용성, 관용, 의료개혁 등의 추진력은 물론,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다정다감함도 칭송받지만, 무엇보다 때와 장소에 적절하게 활용하는 탁월한 유머감각 덕분에 세계인들의 호응과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는 자신이 진행하는 CBS의 <더 레이트 쇼>를 위해 백악관을 찾았다. 곧 새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실업자’가 되는 오바마에게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한 면접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설정이다.

면접관 역할을 맡은 콜베어는 오바마가 건넨 이력서를 찬찬히 살펴본 뒤 지난 재임 기간을 암시하며 “지난 8년간 승진한 적이 없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이에 오바마는 “사실 내 마지막 일자리에서 승진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 더 상급자는 단 한 사람인데, 바로 내 아내여서 승진이 불가능했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내 미셸이 혹시 차기에 대통령 등 정치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를 하기에 아내는 너무 분별력이 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자신의 라이벌이자 대선 패배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임용할 만큼 포용력을 보였지만, 둘 사이는 다소 서먹서먹했단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남미를 순방하고 힐러리가 귀국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힐러리가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뜨겁게 포옹했다”며 바이러스를 자신에게 감염시키려고 그런 것 같다는 유머를 구사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의 경우, 대통령 연설을 위해 유머와 재미있는 부분만 다듬어주는 유머 전문작가도 있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도 74%가 유머감각으로 꼽고 이상적인 신랑감도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이란 미국의 정서도 있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낮추고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국민들을 웃게 해주는 오바마의 유머감각이 정말 부럽다.

하루종일 신문과 방송에서 보여지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독설과 주어와 술어가 구분되지 않는 문장과 저속한 언어들에 짜증만 나는 요즘, 정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켜지지도 않을 공약과 정책 점검보다 유머 감각을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대통령들이나 정치인들이 웃겨주긴 했다. 상쾌한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이 나오는 실소를 짓게해서 탈이었지. 이번 국회청문회에서도 가장 돋보인 국회의원은 각종 자료를 공개하거나 촌철살인을 한 이들이 아니라, 우병우 씨를 향해 “어째쓸까” 등 구수한 사투리를 동원해 그의 거짓말을 디스한 김경진 의원이었다.

해마다 새해에는 담배를 끊자, 다이어트를 하자,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올리자 등의 결심을 한다. 올해는 다들 유머감각을 키웠으면 좋겠다. 우스개소리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유머감각은 남이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정말 웃긴다”라고 맞장구치며 시원하게 웃어주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리워할 오바마는 세련된 유머를 구사하는 모습이 아니라 누가 이야기를 하면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함박 미소를 짓거나 쓰러지듯 박장대소를 하는 소탈한 모습일 게다. 비선실세도 없고, 부시처럼 부자 무기상 친구를 챙겨주지도 않고, 빌 클린턴처럼 성적인 스캔들도 없이 폭삭 늙었지만, 깨끗하게 떠나는 그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가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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