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혐오그림 괴로워"... 골초들, 담배 케이스 구입 바람

재질, 디자인 따라 가격 다양..."공포소구형 광고가 금연 효과 반감시킬 것" 우려도 / 손광익 기자

2018-01-17     취재기자 손광익
지난해 12월 23일 보건복지부는 가격 인상 이외의 흡연 억제 정책의 하나로 담뱃갑 앞뒷면 상단에 혐오그림 부착을 의무화했다. 신년을 맞아 금연 계획을 세우는 흡연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도에서 실시된 것이지만, 흡연자들은 담뱃갑 혐오그림을 피해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흡연자들이 사이에서 담배 케이스가 인기다. 담배를 케이스에 넣으면 담뱃갑 혐오그림을 간단히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뱃갑 혐오그림 도입 소식을 접한 대학생 김홍교(25, 부산 사하구) 씨는 금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며칠 뒤 지인이 담배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금연할 마음을 다시 접게 됐다. 김 씨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보이는 혐오그림이 부담스러워 금연을 생각했지만, 담배를 옮겨 담을 수 있는 케이스가 있다면 굳이 금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안홍인(25, 부산 남구) 씨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안 씨는 현재는 금연할 마음으로 담배 흡연량을 줄여가고 있지만, 혐오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아서 담배 케이스를 사서 담배를 옮겨서 피우고 있다. 안 씨는 “주위 친구들 역시 혐오그림을 그런 식으로 피하고 있기 때문에 혐오그림 자체가 금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흡연자들의 마음을 끄는 담배 케이스는 재질과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가장 저렴한 1,500원짜리부터 고급인 5만 원대까지 판매되고 있다. 케이스의 종류도 담뱃갑을 통으로 담을 수 있는 케이스와 담배 개비만을 따로 담는 케이스의 두 종류가 있다.
담배 케이스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담배 케이스의 디자인과 종류도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흡연자들은 오히려 담뱃갑의 혐오그림 때문에 예쁜 디자인의 담배 케이스를 들고 다니게 됐다. 직장인 김나영(25) 씨는 평소 여성흡연자에 대한 시선 때문에 담뱃갑을 보이지 않게 숨기고 다녔다. 혹시나 누가 담뱃갑을 볼까 봐 노심초사해 담배 케이스를 살까 고민도 했다. 그런 그를 최근 등장한 담뱃갑 혐오그림이 담배 케이스 구매로 이끌었다. 김 씨는 “왠지 돈 쓰기가 아까워 담배 케이스를 사지 않고 있었지만, 혐오그림 때문에 디자인 예쁜 담배 케이스를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담배 케이스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담배 케이스 판매를 처벌할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담뱃갑 혐오그림 도입제도는 80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OECD 통계에 따르면, 20001년 혐오그림을 가장 먼저 도입한 캐나다에서는 5년 뒤인 2005년 흡연율이 4% 감소했고, 브라질은 2000년 혐오그림을 담뱃갑에 실어 2008년까지 흠연률을 13.8% 감소시켰다. 반면, 싱가포르의 경우 2004년 도입 이후 흡연율이 2%가량 증가했다.  동명대 광고홍보 전공 이용재 교수는 혐오그림으로 흡연 피해에 대해서 강한 공포감을 야기하는 광고를 공포소구(fear appeal)형 광고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혐오그림 도입은 흡연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는 금연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흡연한 애연가에게는 일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뿐 장기적으로는 금연효과가 적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