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롯데가 돌아왔다 아이가!
“와아아아아아!”
박종윤이 역전 2루타를 치자 사직이 달아 올랐다. 1만여 명의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종윤! 박종윤!”을 외쳤다. 일본 진출을 한 이대호 대신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찬 박종윤에게 어느 한 팬이 “박대호, 나이스샷!”이라고 말해 웃음을 사기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팬들은 당연하다는 듯 응원가 ‘부산갈매기’를 불렀다. 2012년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축가였다.
봄은 사직에 야구를 데려왔고, 부산은 또 다시 ‘구도’라는 애칭을 달았다. 지난 주말 사직에서는 롯데와 두산의 첫 시범경기가 열렸다. 오랜만에 사직구장 주변이 활기를 찾았다. 매표소는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범 경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롯데 팬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야구장을 찾은 김민희(29) 씨는 “마치 정규 시즌처럼 사람들이 많다”며 다소 흥분된 어투였지만 이내 “롯데니까!”라는 짧은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사직 주변 상권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성수기를 맞아 상인들은 잠깐 동안 인터뷰를 청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바빠 보였다. 구장 근처에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전상기(35) 씨는 “롯데가 야구 시즌이 시작됐다면 우리는 장사 시즌이 시작됐다”며 “지난해처럼 롯데가 치고 올라가서 우리 매상도 함께 치고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입장을 시작하고 눈 앞에 다이아몬드 운동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치 고지를 점령한 용사처럼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이야~ 내가 또 왔다! 롯데야!” “그래! 이게 바로 사직구장 아이가!” “서울에서 야구 볼끼라고 새벽부터 달리왔다! 롯데야 싸랑한데이!” 좌석 교체 공사로 1, 3루 좌석만 개방한 사직구장이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소규모 동호회 형태로 응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35 명의 사람들이 롯데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고 했다. 네이트 동호회 ‘거인의 심장’ 대표 김원중(31) 씨는 “자연스럽게 자주 모이다 보니 회원들 한사람 한사람이 응원 단장이 되어간다”며 롯데의 포스트 진출을 응원했다.
시범경기에는 치어리딩도 없고 롯데 응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주황색 봉다리도 없었다. 하지만 몇몇의 팬들이 스스로 응원 단장을 자처하며 열정적인 응원을 이끌었고, 먹고 남은 쓰레기를 가져온 봉투에 직접 담아 분리수거하는 등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보였다. 사직이 부산 시민의 축제 메카로 여겨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롯데가 돌아왔다.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