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골목길이 스토리텔링 담긴 문학 탐방길로 변신
부산 남산동 '요산 문학로' 조성..소설가 김정한 선생 생애와 작품세계 조형물 설치 / 정혜리 기자
한국 현대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요산 김정한 선생을 기리는 ‘요산문학로’가 그의 대표작 <사하촌>의 배경지인 부산 범어사 인근에 만들어졌다.
요산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 테마거리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금정구 남산동 청룡초등학교와 요산문학관 사이에 조성됐다.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에 내리면, 스토리안내판부터 볼 수 있고, 남산동 청룡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총 663m 거리에서 △스토리보드, △상징게이트, △거리상징 조형물, △담장 벽화 등을 통해 요산 선생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요산문학로는 금정구 희망마을 및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7억 3,000만 원을 들여 조성됐다. 문학로 조성과 더불어 △간판교체사업, △명예 도로명 부여사업, △가로조명 개선도 함께 진행됐는데,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비해 평범한 골목길을 운치 있는 문화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지리적으로 요산문학로는 부산외국어대, 금정산, 범어사 등과 가까워,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관광명소로 떠오르며 지역상권 활성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금정구 도시재생추진단 이정섭 도시재생기획팀장은 이번 ‘요산 문학로’ 조성 사업으로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금정구를 찾는 문화탐방객들에게도 다시 찾고 싶은 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팀장은 “문학로임을 알리는 상징 게이트부터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요산 선생의 어록을 부착했고, 작품 글귀를 담은 이미지를 주택가 벽면에 붙이는 등 신경을 썼다”며 “간판 정돈 작업도 함께 벌여 쾌적한 거리를 만들었는데 올 하반기 거리 바닥 정돈이 끝나면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산 선생은 1908년 현재의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서 태어났으며, 1936년 일제강점기의 궁핍한 농촌 현실과 친일파 승려들의 잔혹함을 그린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 <낙일홍>, <인간단지>, <삼별초> 등 고통받는 민중을 대변하는 작품을 남기고 1996년 8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