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해외여행객 급증...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일본’
오사카, 도쿄, 오키나와 순으로 선호...일부선 “현 시국에 일본 여행은 적절치 않아" 반응 / 정인혜 기자
2018-01-21 취재기자 정인혜
올해 설 연휴에도 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일 전망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과 짧은 연휴 기간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나가려는 여행객들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내 주요 항공사들에 따르면, 설 연휴 국제선 항공권은 80% 이상 예약이 완료됐다. 이번 설 연휴인 26~31일 대한항공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률은 약 80%, 아시아나 항공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차례 등 전통의례를 중시하는 인식이 약화된 대신 설 연휴를 휴식 기간으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늘면서 설 풍속도가 바뀌고 있는 것.
이번 설 연휴에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인 경미정(51, 부산시 동구) 씨는 연휴가 아니면 다 같이 시간을 맞추는 게 힘들기 때문에 명절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다들 바빠서 명절이 아니면 같이 여행가기가 힘들다”며 “가족 해외여행은 명절 연휴가 최적기”라고 들뜬 마음을 보였다.
이번 설 연휴는 오는 27일부터 30일로, 지난해보다 하루 짧은 4일이다. 연휴 기간이 짧은 만큼, 여행객들은 미국·유럽 등 중장거리 여행지보다는 아시아 지역을 선택했다.
지난 19일 호텔 예약 사이트 '호텔스닷컴'은 ‘연휴 기간 가장 많이 검색된 여행지 top15’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여행 또는 국가는 ‘일본’인 것으로 보인다. 설문 결과 1·2·3위는 일본의 도시 ‘오사카,’ ‘도쿄,’ ‘오키나와’가 각각 차지했다. 이 밖에도 후쿠오카, 규슈 등도 차트의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규슈 검색률은 전년 대비 160% 상승했다.
호텔스닷컴 관계자는 “연휴 기간이 짧아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려는 관광객들이 늘었다”며 “그중에서도 테마가 있는 여행을 선호하다 보니 일본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의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과 온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늘었다는 것.
일본 여행객이 늘어나는 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여론도 일부 있다.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이 심각한 데다 혐한(嫌韓)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현시점에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프랜차이즈 호텔 ‘APA호텔’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 등 일본의 만행을 부정하는 우익서적을 비치해 둔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인 바 있다. 특히 해당 호텔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가장 많이 투숙하는 호텔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에 중국은 아파 그룹과의 모든 사업 제휴를 끊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별다른 대응이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일본에서는 초밥집 고추냉이 테러, 한국인 비하 버스표 발행, 묻지마 폭행 등 혐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대학생 정재윤(24, 부산시 중구) 씨는 “역사분쟁·혐한 사건 등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 와중에 굳이 명절까지 일본에서 보내겠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해 보인다”며 “이럴 때마다 한국인은 ‘국제호구’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업계에서는 한일 관계가 일본 여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은 가까운 데다 관광지도 많아서 어떤 상황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담 오신 고객분들 중에 한일 관계로 일본 여행을 꺼리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면서도 “최근 벌어진 사건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관광객이 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