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여행은 그만, 인기 드라마 촬영지 찾는 '매니아 여행' 대세
<도깨비>, <너의 이름은> 등 흥행작과 결합한 여행상품 등장...지자체도 발 빠른 대응 / 김한솔 기자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누구나 가는 명소·맛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끝내는 식상한 여행에서 벗어나 자신이 즐겨 본 드라마·영화의 촬영지를 찾아 기억을 되살리는 '테마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직장인 김한나(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봄을 맞아 캐나다 퀘벡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의 드라마 <도깨비>를 본 후 도깨비의 촬영지를 직접 찾아 보고 싶은 욕구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도깨비> 배경장소를 직접 찾아 감동을 상기시키고 싶다"며 "뻔한 여행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여행 테마가 되었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도깨비>뿐만 아니라 최근 관객 300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또한 이 같은 여행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영화를 본 이들이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너의 이름은>의 모티브가 됐던 일본의 촬영지를 찾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를 찾는 이런 열풍은 관련 여행상품의 등장으로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H여행사가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캐나다 퀘벡을 관광하는 '도깨비 투어,' <너의 이름은>의 모티브가 된 장소인 일본 기후현의 진흙머리 마을을 찾아가는 '너의 이름은 투어'를 출시했다.
H여행사 홍보팀 관계자는 "퀘벡이나 기후현을 여행하는 상품 자체는 사실 기존에도 있었다. 그러나 <도깨비>, <너의 이름은> 등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새로운 테마 여행으로 재탄생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런 여행을 이른바 '매니아 여행'이라고 하는데, 매니아 여행은 과거보다 점점 호응이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드라마·영화 촬영지를 찾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도 발 바쁘게 대응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최근 도깨비의 또 다른 배경인 인천을 관광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영상위원회도 얼마 전 부산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 촬영지를 테마로 제작한 여행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전문가들은 '매니아 여행'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콘텐츠 기획자들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권혁중 씨는 "영화·드라마 같은 문화산업은 원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 형식으로 개발하기 쉽다"며 "제작자 측에서 2차 파생산업까지 고려해 드라마나 영화를 기획한 것이 현장에 직접 가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여행상품의 등장을 이끌었고 나아가 새로운 트렌드로까지 발전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