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젊은 부모들, “돌잔치는 간소하게, 육아용품은 물려쓴다”
여성가족부 양육문화 인식조사….평균 월 육아비용 107만 원, '양육비 부담된다' 응답 90% / 김한솔 기자
2018-02-14 취재기자 김한솔
부산에 사는 주부 정모(32) 씨는 얼마 전 친지 몇 사람만 초청해 작은 레스토랑에서 돌잔치를 열었다. 호텔에서 성대하게 치르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정 씨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워보니 양육비가 너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식부터 지출이 많았는데 돌잔치까지 크게 하려니 부담스러웠다”며 “기저귀에, 아기 장난감에 지출이 커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양육비를 쓰려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출산 계획이 있거나 임신 중인 예비모와 만 9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1,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육아문화 인식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 총 345.8만 원 중 육아비용이 107.2만 원으로 가계 지출의 31%를 차지했다.
이같은 육아비용에 대해 응답자들은 ‘매우 부담’(33.3%), ‘조금 부담’(56.7%) 등 10명 중 9명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특히 자녀가 1명인 경우는 육아 비용으로 월평균 86.5만 원을 지출하고 있지만, 2명인 경우는 131.7만 원, 3명 이상이면 월평균 153.7만 원까지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보면, 돌봄 비용과 어린이집·유치원비로 전체 육아비용의 20.9%(22만 4,000원)를 썼다. 이어 식료품비·외식비 14.9%(16만 원), 사교육비 14.4%(15만 4,000원), 저축·보험납부금 14.1%(15만 1,000원), 피복비 9.0%(9만 7,000원), 오락·여가 활동비 8.2%(8만 8,000원) 순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작은 돌잔치’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에 응답자의 9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본인 스스로 ‘작은 돌잔치’를 할 의향이 있다는 답도 92%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 1월 육아용품업체 ‘키즈맘’이 실시한 돌잔치 초대 규모에 관한 조사에서도 초청 범위가 '가족과 친척이 적당하다'고 답한 비율이 63.6%로 가장 높았다.
‘우리 사회 육아문화는 다분히 과소비적 측면이 있다’에 대부분 동의했지만(96.2%), 정작 ‘본인의 육아비용 지출에 과소비적 측면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3.1%로 그리 높지는 않았다. 응답자들은 ‘아이는 자라는 과정이므로 옷이나 장난감 등은 물려 쓰거나, 돌려쓰는 것이 바람직하다‘(91.8%)는 항목에도 대부분 동의했다.
삼 형제를 양육하고 있다는 직장인 최모(35, 울산시) 씨는 아이 용품을 돌려쓰는 것이 경제적이고 아이에게도 좋은 경제관념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 옷이나, 유모차 등은 잠깐 쓰고 못쓰게 되는데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돌려쓰면 절약도 되고 아이에게도 경제적으로 좋은 관념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전하고 실속 있는 육아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부분의 부모가 합리적인 육아비용 지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으로 보인다”며 “합리적 육아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부모 교육 확대를 통해 건전하고 실속 있는 육아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