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겨도 해결 기미 없는 암남공원 조개구이촌 철거 갈등
법원 결정으로 철거는 잠정 중지됐지만, 대체부지 둘러싸고 구청·상인 이견 계속 / 한유선 기자
부산 서구 암남공원의 조개구이촌 철거에 따른 구청과 상인들의 갈등(본지 지난해 10월 29일자 보도)이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12월 서구청이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해녀촌 암남해변조합 측은 불법가설건축물 철거 행정대집행 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부산지법은 암남해변조합 측의 철거 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철거작업은 잠정 중지된 상태. 현재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 상인들은 임시 천막을 짓고 장사를 계속 하고 있다. 법원 조치로 구청과 상인들의 갈등은 겉으론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해녀촌 암남해변조합 서광수 운영위원장은 철거가 중지된 상태에서 상인들은 현재 장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지난해 태풍 피해 후에 급하게 텐트로 식당을 임시 복구해 한 텐트 당 두 집이 같이 장사하고 있다. 그래서 조만간 구청장과 면담해서 (구청이 이곳을 주차장 부지로 사용하려면) 상인들이 조개구이 장사를 할 수 있는 다른 새로운 부지를 요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조개구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바다가게' 정옥순 씨는 서구청의 조개구이 촌 철거 통보를 받고 눈물을 훔쳤다. 서구에서 먹거리로 널리 알려진 게 암남공원 조개구이이며 주말에는 손님들이 줄을 선다고 말문을 연 정 씨는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이 부산의 다른 조개구이 촌보다 푸짐하고 맛있기 때문에 공원 안쪽까지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관광효과도 있고, 무엇보다 상인들의 생계가 걸려있는 조개구이 촌을 없애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작년 10월에 몰아친 태풍 차바로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은 가게가 무너지고 세간이 날아가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상인들이 사비를 들여 태풍 피해 복구를 하고 있던 작년 12월 중순, 서구청이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을 올 1월 16일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의 계고장을 암남해변조합 측에 전달했다. 서구 송도 관광 벨트화 산업의 일환으로 현재 조개구이 촌이 사용하고 있는 부지를 주차장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암남공원 상인들에 따르면,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은 원래 1970년대부터 해녀들이 물질을 하며 채취한 해산물을 파는 공간이었다. 1996년, 당국이 바다를 매립한 후 해녀들이 먹고 살 도리가 없다며 구청에 항의했다. 그래서 서구청이 조개구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녀들에게 잠정적으로 허가해준 것이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이 형성된 계기였다는 것이다.
현재도 조개구이 촌에는 40년, 50년 째 물질하는 해녀들이 직접 장사하는 가게가 있다. 해녀들은 직접 물질해서 잡아온 해산물과 도매상에게 받아온 해산물을 함께 판매한다.
암남구이 조개구이 촌은 카드 결제, 현금 영수증 발급이 모두 가능하다. 상인들은 꼬박꼬박 세금도 납부하며 조개구이를 팔고 있기 때문에 가게가 철거 대상이 되어야 할 불법 지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개구이 집 '최진사 댁' 최명숙 씨는 세금 이야기가 나오자 억울하다며 직접 거래 명세서를 찾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최명숙 씨는 사업자 등록도 했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데, 이제 와서 철거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최 씨는 “(우리는) 세금 명세서를 다 정리해서 이렇게 모아놓고 있고, 손님들이 카드로 결제한다고 하면 카드 결제해 주었고, 현금영수증 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었어요. 우리는 다 허가 받고 장사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그만두라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항변했다.
40년 동안 장사한 '은실이네' 김선화 씨 역시 사업자 등록도 했고, 카드나 현금 영수증 발급도 해주고 있다며 다른 주민들에 비해서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주민세도 더 많이 낸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 보건소 가서 보건증 발급해 가지고 1년마다 꼬박꼬박 보건증도 구청에 제출했어요. 구청에서 내라는 거 다 내고, 하라는 거 다 했어요”라고 억울해 했다.
상인들은 서구청이 송도 관광 벨트화 사업의 일환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관광 사업을 진행한다면서 왜 조개구이 촌을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은 송도 관광객 중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조개구이 촌 철거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은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음식 명소다. 조개구이를 먹으러 일부러 암남공원까지 찾아왔다는 박준영(47, 경남 김해 월산로 부곡동) 씨는 “이곳 조개구이 촌은 타 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맛집”이라며 “조개구이 촌이 없어진다면 굳이 송도까지 찾아갈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 서구청 안전 총괄과 관계자는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 철거는 송도 관광 벨트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일이라고 했다. 주차장 때문에 조개구이 촌을 철거한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관광 사업에 필요한 건물을 건축하기 전에 임시로 주차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조개구이 촌 철거 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단순히 주차 공간을 위해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구청 관계자는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 상인들이 사업자 등록은 했을지 몰라도 부지에 대한 세금은 징수되지 않는다며 명백한 불법 노점상이라고 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은 불법이므로 철거에 대해 상인들과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구청 측에서는 조개구이 촌 철거가 상인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이므로 암남동에 위치한 송남시장의 빈 점포를 제공하는 방안과 6개월에서 1년의 유예기간 후에 철거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해변조합 측이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광수 암남해변조합 위원장은 "상인들이 서구청의 송남시장 대체부지 제의를 거부한 이유는 송남시장과 암남공원 조개구이 촌이 2.27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해녀들이 물질해서 채취한 해산물을 가게로 옮겨서 장사하기에는 너무 멀어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