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결국 민심에 대한 도리 저버렸다
어제 삼성동 사저 복귀... "언젠가 진실 밝혀질 것" 사실상 탄핵불복 선언 / 정인혜 기자
2017-03-12 취재기자 정인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사실상 불복 선언을 해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탄핵 결정후 침묵을 지켜오던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도 대국민 메시지를 끝내 발표하지 않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재의 파면 선고이후 이틀간 침묵을 지켜오던 박 전 대통령은 12일 저녁 청와대를 떠나 오후 7시 40분께 삼성동 사저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승용차에서 내리면서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과 악수하며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대국민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은 사저로 들어가기 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불복 선언”이라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에 흠결이라도 있는 듯 언급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또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명백히 선언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청와대를 떠나며 국민들에 대한 사과대신 일부 지지자 결집을 위한 '대국민 투쟁선언'을 했다"며 "마지막 도리마저 저버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장 고약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삼성동 사저에 머물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통해 정치 활동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촛불을 들었던 많은 시민들도 SNS를 통해 비난을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파면을 당한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 아이디 hstu** 씨는 “웃는 데 소름이 끼쳤다”며 “탄핵이 퇴임식인 줄 아는 것 아니냐”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 wjdd** 씨는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집 앞에서 웃으며 들어가다니 충격적”이라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판결 후 청와대 퇴거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더 이상 청와대 관저에서 버티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저녁 삼성동 사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들어간 지 1476일 만이다.
이날 저녁 사저 인근에는 700여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렸으며 일부는 취재진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다음은 민경욱 의원을 통해 남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전문.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