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SNS 계정 탈퇴...기록물 파기 수순 시작됐나?
친박계 의원들 결집, 박 전 대통령 정치 재개 지원 움직임 의혹도 / 정혜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뒤 청와대 SNS 계정이 돌연 탈퇴된 것으로 확인되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폐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2010년부터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SNS 계정을 운영해왔는데 13일 현재는 모든 계정이 삭제된 상태로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하면, 화면에 “요청하신 페이지는 현재 표시할 수 없습니다”, 트위터 계정의 경우 “죄송합니다, 이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청와대 SNS를 시작해 지난 8년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식을 전해 왔다.
SNS 계정이 삭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 기록물 삭제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NS 관련 기록이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의한 대통령기록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현 정부가 불리한 내용을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물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 오히려 기록물을 폐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대통령 기록물에 대해서는 "무단으로 파기, 손상, 은닉, 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고 이 법에 명시돼 있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13일부터 기록물 이관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혀 청와대 SNS 계정 탈퇴도 이 작업의 하나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청와대 기록물을 임의로 폐기하거나 최장 30년간 열어볼 수 없도록 '지정'해버릴 경우 국정 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뒷받침해줄 증거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SNS 삭제를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의 집권 기록물에 관해 삭제, 폐기 가능성을 제시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청와대가 공식 SNS 계정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청와대가 대통령과 관련한 기록물들을 삭제하거나 폐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기록물 상당수가 국정농단사건 증거물”이라며 “대통령 기록물 관리를 위한 법률이 본래 의도와 달리 증거인멸을 돕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 속에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뿐만 아니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정치를 재개하고 조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위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친박계 현역의원 8명이 ‘삼성동 사저 보좌팀’을 자처하며 총괄, 정무, 법률, 수행, 대변인 등 구체적인 역할까지 분담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하며 침울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인 것이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탄핵 불복을 선언한 것도 친박 지지자들과 보수 세력을 결집해 조만간 열릴 조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는 조기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사법처리 수위를 낮추거나 모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됐지만 정치인 박근혜는 TK 친박 정치인들을 삼성동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청와대 비서진들이 제출한 사표를 국정공백이 생긴다는 이유로 수리하지 않고 계속 함께 가기로 했다. 전날(13일) 황 대행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 등 수석비서관 9명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이 제출한 사표를 일단 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