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반한감정 높다지만 현지선 체감 안 돼요"
중국정부 한국 단체관광 금지 현실화...네티즌 혐한 감정 보이지만 중국 여행 한국인 "위협 없었다" / 박영경 기자
2017-03-15 취재기자 박영경
중국 소비자의 날인 15일부터 중국에서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가 발효됐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이후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에 더해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고조돼 한국 관광업과 연예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SNS 및 미디어에서도 반한 감정을 거칠게 노출한 중국인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국내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당국은 주요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 관광상품 판매 전면 중단과 관련한 7대 지침을 공지했다. 이 지침에는 단체와 개인에 대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롯데 관련 상품 판매 금지,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한국 관광 상품의 판매 종료 표시, 크루즈 한국 경유 금지와 더불어 이 같은 지침을 어기면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걸 그룹 '소녀시대' 태연과 슈퍼주니어의 최시원도 중국 팬들의 반한 감정으로 곤혹을 치렀다. 태연은 롯데 제과 제품인 말랑X우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해 중국 팬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중국 팬들은 “일부러 롯데제과 제품을 사진 찍어 올린 것이 아니냐”며 태연의 인스타그램 해당 게시물에 악플을 쏟아부었다. 최시원의 동생이 최시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한 것을 두고도 중국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사진 속 배경에 롯데 건물이 나온 것을 본 일부 팬들은 “팬클럽을 탈퇴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롯데가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현재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롯데로 몰리고 있는 것을 두고 한 중국 기자는 자국민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후보군으로 꼽은 여러 지역 중 롯데 부지를 사드 배치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했을 뿐인데 왜 롯데에 제재가 집중돼야 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의 처지에선 사드 도입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말했다.
중국 여행사의 한국 크루즈 경유 취소 및 호텔 예약 취소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중국에 거주하거나 최근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은 이런 보도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우한(무한)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백선영(27) 씨는 한국 제품 불매 운동과 같은 반한 감정이 아직은 상하이나 베이징 등 대도시에만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씨는 “아직까지는 내 자신이 직접 타격 입은 것은 없다”며 “한국의 보도가 너무 자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신문에서 한국 대통령 후보들이 사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도는 하지만 중국인 친구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함이 없다"며 "내가 사는 지역에선 여전히 한국 과자와 소주가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장가계와 북경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령희(23) 씨도 “여행하는 동안 혐한 분위기를 느낀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여행하는 동안 지인들로부터 괜찮냐는 안부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한국 뉴스를 접하기 전에는 왜 자꾸 그들이 안부를 물어오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