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부터의 도피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근대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며 소외를 넘어선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위해 우리 마음속의 보이지 않는 방해물과 싸운 사람이었다. 그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로부터 사회 구조와 인간의 마음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면서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근대 사회의 숨어있던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났고, 그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납득할 수 없던 광기가 배여 있던 파시즘을 수용하고 지지한 대중들의 심리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유럽에서 나치즘이 창궐하던 시기인 1941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는 나치즘이 기세등등한 원인을 사회심리학적 입장에서 분석하고, 그 기반을 제공한 현대 문명의 획일성과 인간 소외 현상을 비판했다. 진정한 “자유”에 대한 개념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새롭게 환기한 이 책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켜 20세기의 고전으로 남게 되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에 대한 고찰과 분석을 토대로 현대의 문화적 위기와 사회적 위기에 관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저자는 자유는 근대인에게 독립과 합리성을 가져다줬으나, 개인을 세계로부터 고립시킴으로써 불안하고 나약하게 만들었다고 역설한다. 이와 같은 고립은 인간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근대인은 이 자유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새로운 의존과 굴종으로 도피할 것인지 아니면 사람의 독자성과 개성에 근거한 적극적인 자유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하여 전진할 것인지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수백만의 독일 국민들이 그들 선조들이 자유를 위하여 싸운 것과 같은 열렬함으로 자유를 포기했으며, 광기의 나치즘에 적극적으로 복종한 이유가 여기 있다. ‘...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무거운 짐을 계속 지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도피 대신 개인이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세계에 관련시키게 될 때, 사람은 자기 자신과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을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개인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강하게 말한다.
읽으면서 여러번 마음이 불편해졌다. 매스처럼 예리하게 인간 심리와 사회 현상을 파헤쳐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진정한 자유를 위한 미디어와 언론인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원래 미디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되어 능동적인 사고를 도와주는 세계와 개인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자유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 미디어의 기원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현재의 미디어의 목표와 역할은 오히려 사람들이 소극적인 자유를 지향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 인식이 불가능할 정도의 지나치게 쏟아지는 정보들, 사상적인 이유로 편중되는 기사들의 프레임 설정, ‘이것이 대세다’라고 소리 높여 강요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소수 의견의 표출을 침묵하게 만들고 미디어를 기준점삼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소극적인 개인들을 양산했다. 수업 시간에 이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하던 중 나온 ‘미디어가 인간이 적극적인 자유를 지향하는데 너무 큰 장애물이 되었기 때문에 (차나리) 없어지는 쪽이 낫다’라는 주장은 그래서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언급한 것과 같은 수많은 미디어의 나쁜 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디어에 ‘적극적인 자유’의 추구를 위한 긍정적인 해답이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야말로 개인이 독립적인 자아로 존재하면서도 고립되지 않고 세계나 타인과 이어질 수 있는 창구, 즉 적극적인 자유를 ‘적극적으로’ 써포트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디어 분야로 진출하고픈 나를 비롯한 학우들의 밥줄이 없어지게 되거나, 썩은 밥줄이라고 인정하는 모양이 되는 건 별로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