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송구, 성실히 조사받겠다" 검찰 출두 박근혜 짧은 대국민메시지
"송구하다"며 들어갔으나 혐의사실 대부분 부인한듯...검찰 구속영장 '고심중' / 정인혜 기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마침내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6분께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12분 후인 9시 28분께 서울중앙지검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것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후 11일 만이고, 삼청동 자택에 돌아간지 9일 만이다.
이날 출두를 앞둔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앞은 아침 일찍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찰이 엄중하게 경계하는 가운데 자택 주변은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곳곳에서 고함을 지르고, 취재진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극성스런 모습을 보였다. 경찰에 의해 끌려나온 극성 지지자 4명은 길바닥에 누워 “아버지”를 연호하며 오열하기도 했다.
이어 9시 16분께 자택에서 나와 승용차에 올라타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포착됐다.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였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를 연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 사이드 카의 경호를 받으면서 삼성동자택-선정릉역-선정로-선릉역-테헤란로를 지나 서초동 서울지검까지 10여 분에 걸쳐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출발 12분 후인 9시 28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특유의 올림머리에 짙은 청색 코트를 입고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두 마디만 짧게 남긴 채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가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혐의점을 인정하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9시35분부터 이원석 특수1부장, 한웅재 형사8부장에게 번갈아가며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동쪽 끝에 위치한 '1001호'에서 10시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 공무상비밀누설, 권리행사 방해 등 총 13가지에 달한다. 이중 특히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 혐의 입증이 조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에 대한 재판도 진행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3회 공판준비 기일이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