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MBC 예능 '무한도전'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출연한 자당(自黨) 김현아 의원이 사실상 바른정당 소속" 이유...제작진, "형평성 문제제기 말도 안돼" / 정인혜 기자
2017-03-30 취재기자 정인혜
자유한국당이 MBC의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 편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30일 언론 인터뷰를 갖고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적절하지 않아서 방송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징계 받은 우리당 국회의원을 우리 당의 대표로 출연시킨 <무한도전> 제작진의 결정은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측이 문제 삼는 것은 당 내에서 중징계를 받은 김현아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대표로 출연한다는 대목. 한국당은 김 의원이 당적만 자당(自黨)일 뿐 사실상 바른정당 의원이라고 주장해왔다.
주거·도시계획 전문가인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17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뒤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른정당 의원들과 행보를 같이 했지만, 탈당하면 비례대표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한국당 당적을 유지해 왔다. 이에 새누리당은 지난 1월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정 대변인은 지난 28일 “김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 행사에 참석하고 공식 행사 사회를 봤다”며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하고 한국당 의원은 출연하지 않는 것이므로 방송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황당한 섭외는 <무한도전> 제작 담당자의 불순한 의도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며 “<무한도전> 제작 담당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에게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방송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무한도전> 제작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탈당하지 않고 바른정당 활동을 하는 김 의원이 한국당의 대표로 출연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무한도전 제작진 측은 각 당마다 한 명씩 섭외한 것이 아니라 입법 주제별로 전문성에 따라 섭외한 것이라고 전면 반박했다. 김 의원을 섭외한 이유는 그가 ‘청년 주거 문제’ 전문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한도전> 측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방송에 섭외된 국회의원들은 1만 건의 국민 의견 중 가장 많은 공감대를 얻은 ‘일자리·주거·청년·육아’ 관련 전문가로 평소 위 관련 법안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연구가 많았던 국회의원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을 향해 “방송을 보면 지금의 걱정이 너무 앞서지 않았나 생각할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들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날 오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의 판결이 열렸다. 법원은 한국당과 김 의원, <무한도전> 측 모두에게 객관적인 증거를 요구하며 판결을 미뤘다. 법원은 “양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판결을 내릴 수 없다.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방송본을 소명 자료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오늘 오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체로 한국당에 부정적인 편이다. 네이버 아이디 jhee*** 씨는 “이 나라는 점점 퇴보하는 것 같다”며 “지금이 5공 때도 아니고 나라에서 방송을 검열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sool*** 씨는 “대놓고 외압”이라며 “궁지에 몰린 한국당이 이성을 상실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