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엔 'XX사모' 지고 'OO싫모(싫어하는 사람 모임)'가 뜬다
'오이 싫모'에 팔로우 8만 명, '술 싫모'엔 7만 명...획일적 문화에 대한 저항심 표출 / 한유선 기자
2018-03-31 취재기자 한유선
요즘 SNS 페이스북에선 ‘~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유행 중이다. 이를테면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가 생기자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이어서 당근, 술, 담배, 버섯, 출근 등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가 속속 등장하는 식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가 지난달 27일 개설되자, 4일 만에 페이지 좋아요 수가 8만 명을 넘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해당 페이지의 첫 게시물은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로, '냉면을 주문할 때 “오이 빼주세요”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세상, 김밥에 오이를 젓가락으로 일일이 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페이지와 게시물에 대한 네티즌들이 반응은 뜨겁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것을 하나만 꼽는다면 나는 오이를 꼽겠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이 페이지를 통해서 알게 됐다”, “오이향을 맡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먼저 센스 있게 오이를 빼달라는 친구들한테 감동받는다” 등 오이를 싫어해서 생겼던 일화나 오이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공감하는 분위기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한 대학생의 즉흥적인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해당 페이지 운영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지루해서 페이스북을 돌아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페이지를 만들었다.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제보가 많이 들어왔는데, 주로 위로받는 기분을 느낀다거나 소속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많았다, 운영자는 “별 생각 없이 만든 페이지인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예상 못했다”며 “나도 같이 위안받는 것 같고 뿌듯하다”고 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 외에도 당근, 버섯, 가지 등 호불호가 나뉘는 음식이나 술, 출근 등 다양한 ‘~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도 속속 등장했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임 페이지는 지난달 29일 개설됐는데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약 7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는 술 자체를 싫어한다는 내용의 게시물도 있지만 술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술자리 예절에 대한 공익광고를 게시하거나 퇴근 후 직장 상사와 술을 마시는 것이 업무의 연장과 다를 게 없다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사회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음주 문화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지 운영자는 “이런 페이지들을 통해서 획일적인 기준으로 무언가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오이나 술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