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예술 사이, 타투의 위험한 줄타기 언제까지?

"문신 시술 의료행위로 규제 마땅" vs "개성 표현의 자유" 끝없는 공방 / 박상민 기자

2018-04-05     취재기자 박상민
의료행위인가, 예술행위인가? 타투(문신)를 둘러싼 해묵은 공방이 10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타투이스트(문신사)를 신 직업군으로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법적인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여전히 타투는 의료행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타투를 선호하는 젊은이나 타투이스트들이 '위법행위'로 적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일부 젊은이들은 손목, 팔목 등에 작은 모양이나 글씨를 새기는 레터링 타투부터 신체의 일부분을 덮는 타투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조폭' 이미지와 겹쳤던 문신이 지금은 음지의 문화에서 벗어나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종의 예술행위로 진화했다. 타투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하나의 예술 분야로 자리잡으면서 우리나라 역시 매년 400만 건 이상의 문신 시술이 행해지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문신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문신 시술이 의료법상 의료행위로 규정돼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문신을 새길 경우 엄연히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의사 면허 없이 문신을 새겨준 사람이나 시술을 받은 사람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병원이 아닌 곳에서 눈썹이나 속눈썹에 미용 목적으로 무자격자가 문신을 한 경우에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불법 문신 행위에 대한 처벌은 5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재범이면 벌금형이 배로 가중된다. 만약 같은 내용으로 3번 걸리면 3진 아웃으로 구속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작년 12월 타투이스트를 신 직업군으로 선정하고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신 시술에 대한 법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사실상 이같은 방침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부산 서면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황모(27) 씨는 불법으로 일하는 것이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황 씨는 “정부에서 육성을 약속했지만, 문신 시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문신에 대한 법적인 규제뿐만 아니라,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문신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양팔에 각각 도깨비와 부엉이 모양에 문신을 새긴 고모(26) 씨는 친척들이 다 모이는 명절이 되면 긴팔 옷을 챙겨 입는다. 고 씨는 “친척들이 문신을 다 알고 있지만, 문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게 싫어 긴팔을 입는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고 씨는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제약이 적은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지만 종종 문신 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고 씨는 직장에서 손님들에게 문신을 보이는 행위는 자제해달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간 직장 면접 과정에서 문신이 있다고 하면 안 좋게 봤다. 그리고 면접 결과에도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 씨는 문신을 한 것에 대해 내가 좋아서 한 일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문신을 했다고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지 말고 개성의 표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문신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은 달랐다. 주부 이미옥(46) 씨는 가벼운 문신 정도는 괜찮지만 온몸을 덮는 문신 같은 경우는 꺼려진다고 했다. 이 씨는 “요즘 TV에서 연예인들이 문신을 많이 했던데 혹여나 청소년들이 문신을 보고 따라 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염려했다. 또 다른 주부 김모(43) 씨는 “내 자녀가 몸에 문신을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문신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존재하듯 문신 합법화에 대한 찬반 공방도 지난 10년 동안 계속돼왔다. 문신 합법화에 대해 꾸준히 반대 의견을 표명해온 대한의사협회는 문신 행위가 명백한 의료 행위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홍보팀 김은경 씨는 “문신사에게 독자적인 영업권이나 개설권을 부여한다면 물리 치료사와 같은 다른 의료 관련 직업군에게도 이 같은 독자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며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홍보팀은 문신 합법화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면 문신사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의료기사화해 의사의 감독 하에 문신 시술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패션타투협회 임보란 회장은 문신 시술 고객은 한해 20만~30만 명 정도이며,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고객은 외국인을 포함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현재 예술적 기능이 필요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실제 6명에 불과해 법안이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위생적인 부분에 대해서 “문신 시술로 병원균이 전염되고 문신의 부작용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문신의 바늘이 병원의 주삿바늘과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지한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투이스트 황 씨도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황 씨는 “거의 모든 타투이스트들이 피부에 대해 공부하고 엄격한 위생관리를 한다. 문신 시술을 국가의 관리 감독 하에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며 문신을 의료 행위가 아닌 예술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황 씨는 문신 합법화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문신 합법화를 미룰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신속한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