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가난에서 벗어나자

2014-04-01     박시현 시빅뉴스 편집위원
 지난 3월 중순 청빈의 사제’로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266번째 ‘베드로의 후계자’, 즉 교황으로 선출됐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신자들을 비롯한 70억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인 새 교황의 탄생은 종교인 비종교인을 떠나 커다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그가 선택한 교황 즉위명인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이들의 은인’이라고 불린다. 아마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은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는 청빈한 교황’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바티칸과 언론에서는 입을 모았다.     워낙 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이에 대한 보도를 하는 탓에 과연 어떤 성인이기에 그러는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직접 찾아보았다. 사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182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아시시의 부유한 직물업자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프란치스코의 아버지는 대단한 부자였다. 그런데 아들인 프란치스코는 돈에 관심이 없었으며 오히려 자신이 가진 걸 주위에 나눠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아들을 주교에게 끌고 갔다. 프란치스코는 군중 앞에서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다 벗어던지고 그걸 아버지에게 건네며 본인이 가진 돈과 앞으로 받을 유산, 그리고 옷가지를 모두 아버지에게 돌려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아버지와 극적으로 작별했던 것이다.   그런 뒤에 프란치스코는 ‘가난’과 결혼했다. 그는 철저한 가난을 실천하며 탁발하는 수도자, 순회하는 설교자로 살았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란치스코를 ‘가난한 수도자’로 기억한다. 프란치스코가 선택한 가난의 목적은 물리적 가난이 아니었다. ‘영적인 가난’을 추수하기 위한 통로였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본인의 의지에 의해 선택한 삶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정신적인 풍요로움 보다는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우리 현대인의 삶에 고민의 한 자락을 던져주고 있다. 과연 ‘나의 손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을까를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있는 자리, 내가 속한 단체, 나와 함께 하는 이들 등을 둘러보게 된다. 어느 것 하나 내려놓고 나누기가 힘들지 않은가?   몇 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나눔 봉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맨 처음 누군가를 위해 베풀자는 생각으로 부산에 있는 점자도서관에서 낭독 녹음 봉사 활동을 시작하였다. 녹음하던 책이 한권씩 쌓이면서 그 누군가는 어느 누구도 아닌 나에게 베풀고 있음을 느끼었다. 애초 낭독 봉사의 시작인 ‘베풀자’라는 생각도 잘못 되었음을 이내 깨닫게 되었다. 베풀다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차리어 벌이다.’ 또는 ‘남에게 돈을 주거나 일을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읽어 녹음하여 지식을 쌓게 하고 정서와 교양을 풍부하게 하는 혜택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받는 혜택이 더 많았던 것이다.     우선,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베푼다는 마음에서 나눈다는 마음가짐으로의 전환도 얻게 되었다. 책을 통하여 그들에게 꿈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작은 자긍심도 생겼다. 대부분의 시각 장애인들은 거동이 불편하여 바깥 활동의 접근성이 쉽지 않다. 낭독 녹음되어진 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여러 장르의 책 중에서도 소설류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공부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전문서적, 전공서적에 대한 작업 등이 부족한 부분이다.    얼마 전 책장 정리를 하면서 2~3년 전이나 최근에 구입한 소설류를 종이 상자에 한 권씩 한 권씩 담고 있다. 내 손 안에 있지만, 내가 내려놓음으로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필요성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말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가난을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의 가난에서는 벗어나고 싶은 작은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마음의 책장에서 책 한권을 내려놓는다면 어떤 책을 선택할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