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방 업주들, "정부가 낡은 법으로 서민 죽이기 단속" 성토
"5000원 이상 경품 금지·청소년 야간 출입 금지 등 시대 역행"...문체부, "강력 단속 계속할 것" / 정인혜 기자
2017-04-16 취재기자 정인혜
경찰이 대대적으로 사행성 게임 단속에 나서면서 “죽을 맛”이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인형뽑기방 업주들이다.
최근 인형뽑기방의 불법 행위가 잇따르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경찰이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문체부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정상 영업을 하지 않는 인형 뽑기 게임장들을 단속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인형뽑기방이 영업시간을 준수하고 있는지, 경품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는지를 주로 살피고 있다.
부산의 한 인형뽑기방 업주 장모(51) 씨는 “정부가 나서서 서민 죽이기에 앞서고 있다”며 경찰의 단속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장 씨는 “대출 받아서 겨우 가게를 차렸는데, 장사가 안돼서 이자도 못 갚고 있다”며 “시대는 바뀌는데 낡은 법률을 들고 와서 업주들 못 살게 구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굶어 죽으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법안이 시대적 변화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르면, 뽑기방은 게임물에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법의 관리를 받는다. 법에 따라 인형뽑기방 업자는 교육의무, 사행성 조장 금지 의무, 출입시간 준수 의무 등을 지켜야 한다.
법이 규정하는 의무는 크게 5가지다. ▲사업장 등록 의무, ▲청소년, 아동 등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품을 상품으로 제공하지 않을 것, ▲저작권, 상표권을 침해하는 물품을 상품으로 제공하지 않을 것, ▲제공하는 상품 가액이 5000원을 초과하지 않을 것, ▲운영시간을 준수할 것 등이다.
이 법 조항에 따르면, 인형뽑기방의 경품은 소비자 가격 기준 5000원 이하여야 하며,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 출입이 제한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행정처분(1회 적발시 영업정지 1개월, 2회 3개월, 3회 등록취소)을 당한다.
하지만 업주들은 경품 기준이 물가에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소비자 가격 5000원 이하의 인형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년 출입 시간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업주 천모(37) 씨는 “코딱지만 한 인형도 다 8000원이 넘는데 5000원짜리 인형을 어디서 찾으란 말이냐”며 “그렇다고 짝퉁 인형 넣으면 상표법 위반했다고 또 벌금을 내라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인형뽑기방은 기계만 넣어놓고 무인으로 운영하는데, 10시 넘어서 들어온 사람이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며 “나라에서 기를 쓰고 망하게 할 일인 줄 알았으면 좀 더 알아보고 창업해야 했는데…내 인생은 망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법에는 문제가 없고, 앞으로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인형뽑기방이 법을 어기면서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규정을 위반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