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60년만에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고 존 패트릭 휴스 상사의 딸 부산 유엔묘지서 추모식
지난 4일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유엔기념공원. 한 유엔군 전사자 묘비 앞에서 벽안의 할머니가 한참 동안 묵념을 하다가 결국 한줄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캐서린 미슈케 여사(66). 미 육군 2사단 소속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6살 된 딸과 부인을 남겨놓고 장렬하게 전사한 고(故) 존 패트릭 휴 상사의 딸로, 60년만에 아버지 영전을 찾은 것이다.
캐서린 여사는 그동안 아버지가 묻혀있는 한국 방문을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캐서린 씨의 사연을 전해 들은 한 미주 한인단체가 최근 그녀의 방한을 주선했고 마침내 캐서린 여사는 꿈에 그리던 아버지의 묘소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한국 재향군인회 등 각계각층의 환영사가 있은 후 캐서린 씨는 답사에서 "이번 부산 방문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 한국 방문을 성사시켜준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캐서린여사는 아버지가 한국에 파병되었을 당시의 코스를 따라 크루즈선을 타고 오키나와를 거쳐 부산항에 입항했다.
유엔군 전사자 위령비 앞에 선 캐서린 여사는 아버지 이름을 어루만진 후 조용히 하얀 국화꽃을 바쳤다. 그녀는 "이 나라 사회 발전과 번영에 감탄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처럼 일어설 수 있어서 정말 놀랐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가끔씩 눈물이 차올라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이번 아버지 묘소 참배는 벅찬 경험이었다"며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감동했다"고 말했다.
캐서린 여사와 동행한 남편 데이비드 미슈케 씨도 "아내가 결혼 후 한국을 많이 오고 싶어했다. 한국과 한국인들의 발전상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캐서린 여사는 자신에게 롤러스케이트와 동요를 가르쳐주던 자상한 아버지를 회상하고 "아버지 전사 소식에 어머니와 부퉁켜 안고 밤새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캐서린 여사는 이어 자신의 손자가 대학교에서 2년째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며 "다음에는 좀 더 여유롭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등 이날 행사에 참가한 40여명의 내외빈들은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의 넋을 기리며 캐서린 여사와 함께 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