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의 허와 실

2014-01-08     경성대 신방과 교수 우병동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의 실현과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집념은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듯하다. 며칠 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있었던 혁신도시 착공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노 대통령은 거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지역의 균형발전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혹시라도 정권이 바뀌어 지역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아질까봐 “대못을 박는” 심정으로 착공을 시작했다고 다짐을 두었다. 지방에 사는 필자와 같은 사람에겐 노 대통령의 그런 배려와 집념이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지방에 산다는 게 한발 뒤처진 삶을 영위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게 현실이고 보면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대통령의 정책은 크게 환영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좋은 의도와 실제로 나타나는 결과가 반드시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그것은 아마도 방법상의 적절성과 타당성 여부에 있는 듯하다. 경제적 정의를 바로잡겠다고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 시장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정거래법과 각종 규제를 이용해 대기업이 독주하는 것을 막고자 하나, 그 규제와 제약이 기업 활동과 투자를 위축시켜 시장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들은 열심히 생산하고 수출을 늘려 수익이 크게 나도 그 돈으로 투자하길 꺼리는 처지다. 기업 규모가 커진다고 좋아질 게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독점을 초래해 규제 대상이 될까 두려워 번 돈을 기업 내에 유보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고용창출을 저해시켜 실업을 늘리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역균형발전 정책도 반드시 좋은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측면이 있다. 지역 개발사업이 과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지부터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 개발을 위해 보상금으로 쏟아붓는 돈이 지역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도리어 수도권으로 죄다 몰려가 부동산 가격을 치솟게 한 것은 모두가 지적하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치솟은 강남지역 집값을 잡겠다고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정책을 폈는데, 그 충격이 고스란히 지역 부동산으로 돌아와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게 된 것이다. 또한 새 아파트에 입주하겠다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시장규제로 집값이 떨어져 손해를 보고, 거기다 대출 규모까지 묶여서 자금 융통을 못하게 되자 분양 아파트에 입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와서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임대주택으로 전용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그것은 문제를 바로 보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 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 정책이 잘못돼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면 전반적인 부동산정책을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더욱이 국민임대주택도 남아도는 처지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지역에 삽질한다고 지역이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역경제를 부추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효율적인 사업을 벌이고 정부가 거기에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의 비중이 큰 만큼, 중앙의 가격급등지역 규제 장치를 똑같이 적용해 탄력성을 잃게 하기보다는 지역의 시장에 맞는 정책을 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게 지방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 지역의 건설경기와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붙어서 건설업계도 부도 공포에 떨고 있고 주택 수요자들도 집을 살 수도, 분양받은 집에 입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정의 실현이나 지역균형발전은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