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피해자의 고통은 상상을 넘는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는 ‘돌 던지는 관음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 말은 어떤 사건에 관여된 사람의 신상을 밝혀 널리 세상에 알리는 소위 ‘신상털기’의 다른 말이다. 조선일보 3월 7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런 행위는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우월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돌 던지는 관음증, 즉 신상털기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사람과 그의 가족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언, 실명이나 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 공개, 온라인 아이디 해킹, 과거 들춰내기,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 오프라인 상의 뒷담화 등이 있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신상털기 무대 중 하나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수 여론에 휩쓸리며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이들을 인격 살인의 수준으로 비난부터 하는 것이다.
돌 던지는 관음증 환자들은 대부분 이 행위가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PC방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민 모(24) 씨는 “인터넷 상에서 남을 욕하는 것은 남들보다 더 빠른 정보를 알리는 것이니 재밌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처벌 대상이냐?”고 말했다. 또한 부경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 모(21) 씨는 신상털기를 할 때는 그 대상에 대한 악의적인 마음은 거의 없는 편이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내용이 재미있을 것 같으면 신상털기를 하고 본다고 말했다. 악의(惡意)가 있거나 악기(惡氣)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전국적으로 신상털기로 인한 피해자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밝힌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접수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 침해 건수는 2002년 1만 7956건에서 2011년 12만 2215건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신상털기의 피해자는 늘고 있지만 용의자는 없었다. 대학생 황 모(23) 씨는 1학년 때 신상털기를 당했다. 그 이후부터 학교 생활을 혼자서 해왔다. “가끔은 정말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복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특성상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신상털기를 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을 악용하는 용의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대학교에 다니는 김 모(24) 씨는 대학교 재학 중에 교내에서 여러 명의 여자 친구와 교제했다는 이유로 학과 홈페이지나 개인 블로그 등에서 신상털기를 당했다. 그는 “신상 털기를 당한 이후부터 학교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지 답답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나름대로 대학생활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그는 “전에는 대인기피증도 생겼고, 자퇴까지 생각을 했었다.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하셨다. 그래서 전문가와 상담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신상털기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선배 입장에서 후배에게 어떤 일을 시켰을 경우, 신상털기에 대한 소문을 뒤늦게 들은 후배가 자기를 무시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졸업을 앞 둔 그는 현재 개인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것조차 과거의 신상털기에 희생될까봐 두려워 하고 있다.
또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회사원 최 모(34) 씨는 출사를 자주 다니면서 수집했던 많은 사진들이 자신도 모르게 여러 웹사이트나 카페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알고 봤더니 내 개인 블로그가 해킹당해서 사진이 무차별적으로 도용당한 것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면 대상자들을 모두 엄벌에 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피해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신적인 충격을 넘어서서, 심각하게는 이들을 벼랑 끝까지 내몰 수 있다. 배우 故 최진실 씨, 故 송지선 아나운서 등 여러 사람들은 네티즌들의 신상털기로 인해 자살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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