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인지 비방전인지", 3차 TV토론회 네거티브 일색
현안보다 타후보 비방에 시간 끌어 유권자들 눈살... 시청률은 34.49%로 높아 / 정혜리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세 번째 대선 후보 토론에 나섰다.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3차 대선후보 TV토론회는 23일 오후 8시 KBS1, SBS, MBC 등 주요 방송사를 통해 방송됐다. 후보들은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 △권력기관 및 정치 개혁 방안 두 가지 주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먼저 외교·안보 현안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송민순 회고록’을 꺼내 들었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가 북한과 사전 협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 후보는 “10년 전 일이지만 북한 인권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 거짓말을 한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며 문재인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사건은 지난 대선 때의 제2 NLL사건(북방한계선)과 같다”며 적극 해명했다. 문 후보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했지만 이후 터무니 없는 사실로 밝혀져 그렇게 말한 의원들은 처벌을 받고 사과했다”며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관계를 자서전에 기술하는 것 자체가 공무상 기밀누설이고 문서를 제시한 것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고도 덧붙였다.
문 후보가 유 후보를 향해 “합리적, 개혁적 보수라 느꼈는데 또 다시 구태의연한 색깔론이라니 실망스럽다”고 비판하자, 심상정 후보도 거들고 나섰다. 심 후보는 “중요한 건 진실공방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이 잘 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다”라며 “정치권이 진실공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고질병이다. 제가 그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저는 기권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문제와 정치 개혁이 주제였지만 후보자들은 계속해서 주제를 벗어나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펼쳐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에게 ‘갑철수 논란’에 대해 물었다.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이직한 것이 특혜입니까, 권력 실세 아버지를 둔 아들이 5급 직원에 채용된 것이 특혜입니까?”라고 질문하며 국회 교문위와 환노위를 열어 검증하자고 말했다. 문 후보는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저는 이미 해명이 끝났고 안 후보님은 열심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MB아바타설’도 물었다. MB아바타설은 안 후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다는 구설로 안 후보가 “제가 MB 아바타냐?”고 묻자 문 후보는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안 후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문 후보는 “그런 얘기를 제 입에 올린 적이 없다. 떠도는 얘기를 갖고 질문하니 달리 답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을 언급하며 “(문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해드렸는데 그 이유는 MB정부가 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라. 저 문재인을 반대하기 위해 정치하시냐”라고 받아쳤다.
안 후보가 “여러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는데 문 후보도 가짜뉴스로 당선되면 그것이야말로 바라지 않는 일 아니냐”고 하자, 문 후보는 “아마도 SNS상의 공격을 말씀하시는 모양인데 그런 악의적인 공격은 제가 여기 후보들 몽땅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공격을 받는다. 제가 안 후보님에게 불평한 게 있나. 왜 저를 걸고 들어가나”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안 후보가 “제가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확인해 주는 것이냐”고 거듭 질문하자, 문 후보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치 개혁 현안에는 후보자들 모두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해 검찰과 국가정보원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후보, 안 후보, 유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를 주장했다.
문 후보는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어 검찰 잘못에 책임을 묻도록 하고 국정원은 국내정보 폐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유 후보 역시 공수처 신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밝혔고 국정원은 간첩·테러에 제한해 국내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공수처 신설과 검사장 직선제를 제안하고 선거개입, 간첩조작, 민간인 사찰하는 국정원을 폐지,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국정원과 검찰이 많은 권한을 가졌다”며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검경 감시체계 확립, 검찰총장 외부영입을 제시했다.
후보자들은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한 권한 분산 필요성에 공감했다. 방법은 후보마다 차이가 있었는데 문 후보, 안 후보, 유 후보는 대통령 권한 축소를 약속했고 홍 후보는 권한은 남기되 헌법절차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헌법을 지키면 제왕적 대통령제가 나오지 않는다”며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통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에게 너무 권한이 많이 집중돼 제왕적 대통령제가 됐다”며 “개헌을 통해 권한을 축소하고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청와대 규모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수석비서관을 없애 비서관 체제로 전환해 장관과 일하겠다”며 “국회도 개혁해 국회의원 숫자를 200명으로 줄이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은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매주 대통령 생중계 브리핑, 200억 넘는 대통령 특수활동비 폐지, 투명한 정보공개를 약속했다.
1차, 2차 토론회에 이어 3차 토론회 역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시청률조사회사 ATAM은 밤 8시부터 10시까지 지상파 3사, 종편 2사, 보도채널 2사 총 7개 채널이 생중계한 토론회 실시간 시청률이 합해 34.4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김형일(58,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안철수 후보는 왜 셀프 네거티브를 하냐”며 “지지율 쭉쭉 떨어지겠다”고 평가했다. 직장인 김희정(4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TV토론은 보고 나면 실망하는데도 챙겨보게 된다”며 “정책 이야기 하기도 바쁜데 네거티브로 아까운 시간 잡아 먹는 모 후보자를 보니 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연옥(27, 부산시 연제구) 씨는 “현안에 관해서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후보자를 보니 찍을 마음이 든다”며 “앞으로의 토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후보자 평가에 나섰다. 네이버 회원 ejwo****는 홍준표 후보를 향해 “대선후보의 자질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실격”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회원 sams****도 “아직 우리는 토론이라고 말하기에는 수준이 미달이다..”라고 평가했다. xj47****는 “오늘도 사회자 별로였다”라며 “손석희 사회 토론 기대한다”고 썼다.
앞으로 토론은 대선까지 3회 남았다. 25일 JTBC 주관 후보자 토론회, 2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경제분야, 5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사회분야 토론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