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금테 안경...안철수 손목의 '핏빗'...홍준표 붉은색 코디

"패션은 메시지를 입는다" 유력 대선후보 3인 패션 본격 탐구 / 정인혜 기자

2018-04-24     취재기자 정인혜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다.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정책, 유세 연설에서부터 의상 패션까지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후보가 표출한 이미지가 정치적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패션의 아이콘’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미셸에 대해 “역사상 패션을 가장 잘 활용한 여성”이라며 “미셸은 패션으로 정치적 마술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도 정치인의 패션이 정치적 메시지로 작용한다는 데 동의했다. 뉴욕 타임즈는 미첼을 언급하며 “역대 퍼스트레이디 그 누구보다도 정치에서 패션의 역할을 잘 이해한 사람”이라며 “지금은 정치인의 연설은 귀담아듣지 않아도,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한 번쯤 살펴보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대선 후보자들의 패션에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그동안 문 후보의 스타일링은 부인 김정숙 씨가 맡아왔지만, 이번 대선에서부터는 미국 변호사 출신인 신지연 팀장이 총괄하고 있다. 신 팀장이 합류한 이후 문 후보는 인상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문 후보는 얇은 테 안경과 줄무늬 넥타이를 즐겨 사용한다. 문 후보가 5년째 사용하는 안경은 덴마크 브랜드 린드버그(Lindberg)의 제품으로, 문 후보가 사용한 이후 유명세를 타 한국에서 판매망을 확대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안경업계 관계자는 “린드버그 제품은 수입 총판 없이 덴마크 본사에 직접 주문을 넣어 받는 식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문 후보가 사용한 이후) 유명세를 타 짝퉁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책 쪽에서도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줄무늬 넥타이도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가 즐겨 사용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문 후보는 대선 후보 포스터에서부터 TV토론회에서까지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다. 다른 당 남성 후보자들이 당 색깔과 같은 넥타이를 매고 나온 것과는 차별화되는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후보의 넥타이는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스타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 후보의 넥타이 패션에 대해 패션지 데이즈드 이현범 편집장은 “문 후보의 넥타이는 레지멘탈(군대의 연대)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안보에 강한 이미지”라며 “웅장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평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패션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안 후보는 그동안 노타이, 넉넉한 치수의 옷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해왔지만, 이번 대선에서부터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등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그간 두어 개 정도 풀었던 단추도 모두 잠그기 시작했다. 주로 매는 넥타이는 국민의당 상징색인 녹색 계열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안 후보의 얼굴이 흰 편이라 녹색이 잘 어울린다”며 “강렬한 녹색은 시선을 사로잡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설 자리에서는 재킷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 나서기도 한다. 특히 안 후보는 국민의당 대선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후 흰색 셔츠만 입은 채로 강단에 섰다. 셔츠의 양쪽 소매는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린 채였다. 이에 대해 여론은 “안 후보가 이전보다 열정적이고 능동적인 느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헤어스타일 변화도 눈에 띈다. 앞머리로 이마를 덮는 차분한 스타일을 고수해왔던 안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깔끔한 헤어스타일로 변신했다. 머리 길이를 짧게 자르고, 앞머리는 이마가 보이도록 넘겼다.  이가자 헤어 김지연(28) 디자이너는 “과거 긴 머리 스타일이었을 때에는 부드러운 이미지였던 반면, 지금은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 신뢰, 남성적인 스타일로 바뀌었다”며 “대통령으로서의 카리스마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손목에 찬 ‘핏빗’도 안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다. 안 후보는 왼쪽 손목에 늘 웨어러블 기기 핏빗을 착용한다. 핏빗은 심박수와 운동량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기기로, 안 후보는 매일 아침 이 기기로 운동량을 점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강조하는 ‘4차 혁명’을 염두에 둔 패션 아이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빨간색을 주로 이용한 코디를 선보인다.  빨간색이 당색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홍 후보가 개인적으로도 빨간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홍 후보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름에 홍이 들어가니까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골프 단합회, 등산 단합회 등 운동복도 늘 빨간색 옷을 고집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색깔인 빨간색을 통해 소속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셈이다.  국내 여성 원피스 브랜드 T사 김유영 디자이너는 “강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대로 코디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격적이고, 다른 후보들보다 돋보이고자 하는 의도인 것 같다”고 평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후보자들의 패션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