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의 대명사 쿠팡의 위기... '쿠팡맨' 사라지나?
지난해 영업 손실 5618억 원…현금 보유액 절반가량 줄어 / 정인혜 기자
소셜커머스 쿠팡을 둘러싸고 회사 안팎으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 14일 전자공시를 통해 재무제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16년 전년 대비 8000억 원 늘어난 1조 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바로 전년도인 지난 2015년에 비해 5.5배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영업 손실이 5618억 원이라는 점이다. 쿠팡은 지난 2015년에는 547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이 증가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전년도보다 적자만 140억 원 늘어난 셈이다.
쿠팡은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한화 약 1조 원)를 투자받았는데, 쿠팡의 2년간 누적적자는 투자 금액보다 더 많은 1조1000억 원이 됐다. 현금 보유액도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3632억 원으로, 같은 해 3분기 6565억 원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적자의 원인으로는 ‘로켓배송’이 꼽힌다. 쿠팡은 동종 업계 다른 회사들과 달리 택배 직원을 회사 소속 ‘쿠팡맨’으로 채용해, 24시간 안에 제품을 고객에게 배달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맨들은 배송 예정시간, 주소, 배송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친절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동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쿠팡의 로켓배송 건당 배송비는 6000원 가량으로 일반 택배회사의 건당 배송비 1000~1500원보다 4~6배가량 많다.
쿠팡맨의 인건비도 수익성 하락 요소 중 하나다. 쿠팡맨의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인 3200만 원에서 3800만 원 사이다. 현재 쿠팡에 소속된 쿠팡맨이 총 3600명(정규직 1200명, 계약직 24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쿠팡은 쿠팡맨 인건비로 많은 돈을 지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인건비로 5664억 원을 사용했다.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인건비가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쿠팡의 적자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쿠팡맨 서비스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로켓배송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쿠팡만 찾는다는 하도희(28, 부산시 연제구) 씨는 “다른 택배업체들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서비스가 좋아서 일부러 쿠팡만 이용하는데, 적자가 계속 이어지다가 쿠팡맨 서비스가 종료될까 걱정된다”며 “안 그래도 요즘 우리 아파트를 담당하시던 쿠팡맨 아저씨가 안 보여서 섭섭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쿠팡맨 서비스 종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근로자들의 처우가 나빠져 쿠팡맨들이 대규모로 퇴사하고 있다는 글도 눈에 띈다.
쿠팡맨의 아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쿠팡이 영업 손실 5652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 쿠팡맨들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있다”며 “애초 연봉이 4000만 원이라고 홍보했던 것과 달리 변경된 구인 광고에는 연봉이 2600+@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힘없는 직원은 임금이 삭감되어도, 근무 중 불이익을 당해도 참고 묵인해야 하냐”라며 쿠팡의 적자로 직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일자, 쿠팡 김범석 대표는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다. 포커스뉴스·헤럴드경제 등 다수 언론은 지난 24일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1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매출은 크게 성장했고, 유치한 투자금 대부분이 남아 있어 현금 보유액도 넉넉하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익성을 나타내는 공헌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만큼, 지금부터 발생한 매출이 인프라 투자비용 회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울러 김 대표는 “쿠팡은 계속 성장에 집중하며 고객 경험을 혁신할 것”이라며 “앞으로 고객을 바라보며 쿠팡의 성장을 이끌고, 위험을 제거하며 함께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3500명이던 쿠팡맨 수를 2015년 말까지 5000명, 2016년까지 1만 명, 2017년까지 1만 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 고용된 쿠팡맨은 3600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