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이 '자살의 명소'?...투숙객 동반자살 잇따라
뉴스 나올 때마다 주인들 가슴 철렁...네티즌들 "왜 하필 펜션인가, 남의 집서 민폐" / 정인혜 기자
펜션 등 숙박시설에 투숙한 손님들의 동반 자살이 최근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에 펜션 주인들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천 강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인천 지역의 한 펜션에서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동시에 사망했다. 당시 이들이 숙박한 방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유서 1장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로 미뤄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전날인 25일 인천 지역 한 펜션에서도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사건도 타살 혐의점이 없어 경찰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펜션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자살 사건, 특히 동반 자살의 경우 펜션에서 발생한 경우가 다른 장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때문에 펜션 업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투숙객들의 자살을 막을 방법도, 후속 조치에도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펜션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언론에 펜션 상호가 노출되지 않는다 해도, 소문이 퍼지게 되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 씨는 펜션을 운영하던 지인이 투숙객 자살 사건으로 펜션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가 잘 되던 집이었는데 그 일이 생긴 후에 손님들이 뚝 끊겨서 완전 폭삭 망했다”며 “못 볼 장면을 본 데다 경제적 피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혀를 끌끌 찼다. 그는 “죽은 사람들한테 이런 말 하긴 조심스럽지만 미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우리 집에서는 제발 그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다른 펜션 업주 B 씨는 자살 사건에 대한 질문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B 씨는 “재수 없게 왜 그런 걸 묻냐”며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라고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남의 업장에 찾아와서 그러는 사람들이 어디 제 정신인 사람들이겠냐”면서 “자기 집 놔두고 왜 남의 업장에서 그렇게 피해를 끼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펜션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펜션 측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비슷한 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견보다도 ‘민폐’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얼마 전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펜션을 운영하셨던 삼촌에게 있었던 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펜션을 운영했던 삼촌이 자살한 손님 때문에 펜션 문을 닫게 된 사연을 전했다.
그는 “삼촌이 운영하던 펜션을 자주 찾던 단골 커플이 있었는데, 하루는 퇴실 시간이 넘어서도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봤더니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 자살했더라”며 “삼촌은 그 후로 매일 같이 경찰조사를 받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글에는 “어차피 죽는 마당에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치는 건 상관없는 건가”, “펜션 주인들만 불쌍하게 됐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 같은 반응을 질타하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그들은 ‘오죽하면 자살을 결심했을까’ 하는 인도적 생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네티즌은 “사람이 죽었다는데 죽음에 대한 애도가 먼저 이뤄져야지, 펜션 주인까지 생각할 여력이 있었으면 자살했겠냐”며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면 사람 죽었다는데도 이런 말 하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원인이 ‘자살률 급증’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를 해결할 방도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신과 전문의 안지현 박사는 “자살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우울증 환자들인데, 경제적˙사회적으로 낙담한 경우가 많다”며 “동반 자살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