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출산장려 장밋빛 공약, 문제는 재원조달
[아이 키우고 싶은 대한민국] ①임신·출산 공약...'출산휴가 확대' '아동수당' '칼 퇴근법' '수퍼우먼 방지법' 등 다양 / 정혜리 기자
[편집자주]인구 절벽 시대. 출생아 수가 올해에도 연속으로 감소율을 보이고 있고 ‘인구 절벽’, ‘출산 절벽’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통계청은 저출산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져 올해 연간 신생아 수가 사상 처음 4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11년간 정부는 100조 원이 넘는 금액을 저출산 해결에 쏟아 부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싶지만 낳지 못하는 나라, 낳아서 키울 수 없는 나라에 산다는 지금 유권자들은 대선주자들의 출산, 보육 정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아이 낳고 싶은 부모를 위해 출산과 보육 정책에 대한 대권주자들의 공약을 정리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워킹맘 최주선(34, 부산시 연제구) 씨는 결혼 5년 차이지만 아직 둘째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최 씨는 “첫째 아이도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할 뿐더러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첫째를 가졌을 때 직장에서 퇴사를 강요 받았고 임신을 괜히 했다는 후회를 많이 했다”는 최 씨. 그는 “나이는 늘어 가고, 경력은 끊기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도 비정규직으로 불안하게 다니고 있다”며 “비정규직이 출산휴가라니... 아마 내 인생에 둘째 아이는 없지 않을까”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결혼 2년 차인 정수정(29, 서울시 성동구) 씨는 임신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배우자와 같이 IT 직종에 종사하는 정 씨는 “퇴근하면 둘 다 잠들기 바빠서 남편과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다”며 “부모님들은 키워준다며 낳으라 하시는데, 그럼 애는 엄마 아빠가 누군지 얼굴도 못 알아보고 클 것”이라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출산휴가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 차별을 금지해 일자리 차별이 없도록 하고, 출산휴가 급여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 기간제 비정규직 여성이 출산휴가를 낼 때는 계약기간이 그에 상응해서 자동연장되도록 한다는 정책도 포함됐다. 문 후보 측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여성에게 3개월 간 월 50만 원의 출산수당을 지급해 프리랜서 역시 출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배우자의 공동 출산 휴가 기간도 확대한다. 현재 5일 이내 3일 유급휴가를 유급 10일, 무급 4일로 늘린다는 것. 민주당 측은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도 약속해 배우자가 육아휴직하면 육아휴직 급여가 현행보다 2배가 되도록 했다.
민주당은 출산시 아동수당도 지급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출산율 제고 효과와 재정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되는데, 0~5세에게 월 10만 원부터 지급하기 시작해 차츰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또 ‘칼퇴근법’이 눈에 띄는데, 이는 출퇴근시간 의무기록제를 도입해 '눈치 야근'을 해소해서 근로자들이 조기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시간을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단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저출산 극복 공약은 출산 장려를 국가가 책임지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는 인구 절벽 해소를 위해 국가가 저극 나서겠다는 것인데, 육아휴직 급여 한도를 2배 인상하고 부모 육아휴직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홍 후보 측은 미래 양성 바우처(아동수당)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홍 후보 측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창업기회를 확대하겠다며 경력개발형 새일센터를 확대, 운영하는 취업지원 서비스를 약속했다. 홍 후보는 대체로 출산에 관한 직접적 공약보다 보육에 관한 공약을 자세히 내놨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성평등 공약을 내놨다. 여기에는 남녀 모두 일과 생활에 균형을 이뤄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고 ‘동일임금의 날’을 제정하는 정책도 있다. 또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30일 보장 및 급여 도입으로 남성 육아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안 후보 측은 일·가정 양립 전담 근로감독관도 확대한다고 공약했다.
한편, 안 후보 측은 맘 편히 아이 낳아 기를 수 있는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로 출산전후 휴가 기간을 연장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 기조를 세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안 후보 측은 임신, 출산 진료비용 및 난임 치료비의 국가지원을 확대해 성평등 육아휴직제 및 30일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제도를 도입한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 역시 180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포괄임금제와 고정 초과근무 관행을 개선해 1일당 11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최소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며, 기업체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교대제 개편을 유도해서 근로자들이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도 포함되어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 만들기가 1순위 공약이다. 유 후보는 부모가 함께 자녀를 돌보는 사회, 공공민간의 동등한 육아 휴직 기간 보장, 여성 경력단절 예방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 등을 약속했다.
유 후보는 또한 ‘육아휴직 3년법’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민간기업 근로자 역시 육아휴직을 최장 3년까지 쓸 수 있다는 것. 또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육아휴직할 수 있게 보장하고 여성 경력단절을 예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육아휴직 수당 상한선을 200만 원으로 올리고, 휴직 수당 임금을 통상 40%에서 60%로 조정하는 내용도 출산 장려 정책에 포함되어 있다.
유 후보의 2순위 출산 장려 공약은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 수 있고, 임신과 출산이 일하는 여성의 발목을 잡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칼퇴근법’이다. 여기에는 퇴근 후 SNS를 통해 윗사람이 업무지시하는 소위 ‘돌발 노동’을 제한하고 근로일 사이에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연 18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주 35시간 노동제를 추진해서, 근로자들의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5시 퇴근법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근로자들이 정시에 퇴근해서 가정에서 저녁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심 후보는 ‘슈퍼우먼방지법’을 공약해 환영 받고 있다. 이는 여성의 일과·생활의 균형을 이뤄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자는 공약이다. 여기에는 출산전후 휴가를 90일에서 120일로 늘리고, 배우자 출산휴가제 기간을 5일에서 30일로 늘린다는 내용이 포홤되어 있다. 또한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 40%에서 60%로 늘리고, 기간 역시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심 후보는 ‘자동 육아휴직 제도 법제화’로 임신·출산으로 여상 근로자들이 사내 눈치를 보지 않게 만들고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에서 임신 등으로 업무에 공석이 생겼을 때 대체인력을 구할 수 있도록 ‘돌봄 지원 이력센터’를 만들어 기업의 부담도 줄인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일·가정 양립 관련법이 잘 시행되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가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하는 기업에게 '인증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준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심 후보 측 출산 장려 정책에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 방안도 들어 있다. 이는 성별 고용·임금실태 공시제를 도입해 여성고용 기준 미달 기업에는 페널티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부모를 돕는 공약도 있다. 또 ‘임신, 출산, 산후조리, 육아, 구직’의 종합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양육비 이행 강제조항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각당 후보들의 저출산 및 보육대책은 대체로 큰 차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후보들 마다 육아휴직 보장, 아동수당 지급, 칼퇴근 법 등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 여성의 출산 배려, 부부공동휴직제 등이 눈길을 끈다. 홍준표 후보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새 일 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안철수 후보는 임신, 출산 진료비용 및 난임치료비 국가지원 확대 등이 차별화된 공약이다. 또 유승민 후보는 육아휴직 기간을 3년으로 대폭 늘린 것이, 심상정 후보는 '수퍼우먼 방지법'이 각각 특색 있는 공약들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드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보이는 장밋빛 공약에 현혹되기보다는 TV토론 등을 통해서 후보들의 재원조달 방안을 꼼꼼히 살펴보기를 권하고 있다.
유권자들도 후보들의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기를 바란다. 직장인 이태성(3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 같다”며 “국가 시스템이 확실하게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지선(28, 부산시 남구) 씨는 “친구들 결혼하고 애 낳고 (힘들게) 사는 것 보면 결혼 생각도 없어진다”며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사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힘드니까, 새로 대통령이 되는 분은 공약을 확실히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