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에겐 너무나 먼 그곳, 택시 쉼터
부산엔 고작 3곳, 그나마 시설 낡고 외진 곳에 있어 무용지물...부산시, "편의시설 확충 어렵다" / 박신 기자
2017-05-12 취재기자 박신
부산시에는 택시 기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차량을 점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택시 쉼터다. 휴식을 취할 마땅한 곳이 없는 택시 기사들에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그러나 택시 쉼터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부산 덕천동에 자리한 택시 쉼터는 제대로 된 쓰레기통이 없어 큰 양동이에 쓰레기를 모아두고 있었다. 휴게실 안쪽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택시기사들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작은 공간에 소파 두 개가 전부였다. 테이블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부산시에 마련된 택시 쉼터는 총 4곳. 덕천동, 덕포동, 재송동, 다대동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4곳 중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다대동 택시 쉼터는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지금은 공중화장실로 이용되고 있다. 다대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승혁 (23)씨는 “택시 쉼터라는 곳이 우리 동네에 있는 줄 몰랐다”며 “택시 쉼터라기보단 그냥 공중화장실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택시 쉼터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시의 현재 택시 총 면허 대수는 2만5천여 대.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민창홍 씨는 부산에 택시 쉼터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내 중심지에는 택시 쉼터가 없어서 마땅히 쉴 곳이 없다”며 “택시 쉼터가 시내 중심지에 생긴다면 더 많은 택시 기사들이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 박모(48) 씨는 “택시 쉼터가 부산에 몇 군데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택시 쉼터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택시 쉼터에 대해 잘 모르는 기사들도 많다. 택시 기사 이모 씨는 “택시 쉼터라는 곳은 처음 들어봤다”며 “근무지 근처에 있다면 자주 이용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설도 문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택시 쉼터 3곳의 시설 역시 열악하다. 3곳 모두 만들어진 지 20년 가까이 되어 건물도 낡았다. 그렇다 보니, 택시 기사들이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다. 덕천동 택시 쉼터를 자주 이용하는 임수복 씨는 “오래 되다 보니 화장실도 협소하고 열악한 게 사실”이라며 “여기에는 방범시설이 따로 되어있지 않아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차를 누가 가져갈까 무섭다”고 말했다.
덕천동 택시 쉼터에서 관리자 일을 했던 김정복 씨는 택시 쉼터 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전기세나 수도세 정도였다”며, 관리에 필요한 물품 대부분을 기사들 사비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는 몇 년 전 택시 쉼터 관리 일을 그만 뒀다.
지금 덕천동 택시 쉼터는 옆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주머니가 청소한다. 그는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막 버리고 여기저기 침도 뱉고 간다”며 “화장실을 청소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덕포동 택시 쉼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덕포동 택시 쉼터 관리인 이근수 씨는 화장실을 근처 주민들까지 이용하는 상황이라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 쉼터가 좀 더 접근성이 좋은 길목에 있다면 많은 기사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택시 쉼터 공간이 애초에 협소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건물 내에 다른 편의 시설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오래된 택시 쉼터 간판을 바꾸는 등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 그는 “직접 택시 쉼터 관리에 나설 인력도 부족하고 택시 쉼터는 각 지부 모범조합에서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앞으로 택시 기사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최대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