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아트란 유리판에 조명을 비추고 그 위에 모래로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면 이것이 대형 화면으로 연결되어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라이브 공연 예술이다. 그래서 샌드아트 작품을 ‘샌드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른다. 단지 모래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연속적으로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화면으로 관객들에게 보이는 모래 예술이다.
부산에는 몇 안 되는 샌드 아티스트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이 김보경(24) 씨다. 그녀는 작품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뛰어나 부산 지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고 있다. 현재 부산 지역 샌드아트 행사는 거의 그녀가 진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란다.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
샌드아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그 행사 주제에 맞게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내 목표는 사람들에게 공감가고 감동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사랑, 가족, 가난, 환경, 계절 등 여러 가지 주제의 작품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주제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샌드아트만의 표현 기법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녀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땐 그냥 모래로 그림만 그리면 되니까 실수하지 않게 연습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매일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 행사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샌드 아티스트의 고난한 첫걸음을 넘어서자, 이제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누가 시키고, 따라서 그리고 만드는 것만 했지, 내가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항상 부담스럽고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만든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뿌듯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던 내가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대견스럽기까지도 하다"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설명도 없고 모래와 조명의 음영 효과와 배경 음악만으로 대형 화면에 주제를 보여주는 샌드아트. 그래서인지 공연을 보는 관중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설명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감동을 받는다. 김보경 씨는 장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샌드아트에 매력을 느낀다.
그녀는 성격상 남에게 자기 마음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녀는 샌드아트로 말없이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집착하는지 모른다. 그녀는 “가족, 친구, 연인을 포함한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유창한 말로 나 자신을 꾸미고 포장하지 않고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들이 (샌드아트를 통해서)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 발전될 나를 위해
공연 수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 공연 당 적게는 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의 행사비를 받지만, 그녀가 속해 있는 엔터네인먼트 회사와 이중 일부를 나누고 재료비 등으로 지출하고 나면 실제로 그녀에게 돌아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 지겹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든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열정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그녀 친구들은 대부분 아직 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에게 돈에 대한 압박은 아직까지 없다.
그녀는 “아직 어려서인지 돈에 대한 욕심이 많이 없다. 먹고 살 만큼은 벌기 때문에 아직 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이 분야에서 유명해진다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올것이다”라고 말했다.
두근두근 라이브 공연
샌드아트 퍼포먼스는 100% 라이브로 진행된다. 그래서 공연 도중 샌드 아티스트가 재채기를 해서 유리판 위의 모래가 다 날아가 버리는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한다. 또, 심한 감기에 걸린 상태로 공연할 때에 콧물이 유리판 위로 쭉 떨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1년에 수 없이 많은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그녀의 성격 또한 바뀌어갔다. 유난히 낯가림도 심하고 말수도 없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샌드아트를 통해서 사람들을 대하는 법도 알아가고 재치도 제법 늘었다. 그녀는 “한번은 음악이 끝나기 전에 그림을 빨리 먼저 끝내 버린 적이 있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재빠르게 ‘행복하세요♡’란 글을 써서 음악의 엔팅과 그림 화면을 가까스로 맞춰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 이제는 평소에 없던 순발력도 생겼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연'이 만들어낸 '운명'
그녀가 샌드아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모두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대학 시절 그녀는 우연히 TV와 인터넷을 통해서 샌드아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술을 공부하던 그녀이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찰나에 우연히 지인을 통해 지금 그녀가 일하고 있는 '초록자두 엔터네인먼트'의 이사를 알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전공해서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그녀였기에 짧은 시간 만에 이 분야 프로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녀가 미술을 시작하게된 것도 우연이었다. 공부에 흥미도 없고 잘 하지도 못했던 그녀를 그녀의 어머니는 지인을 통해 미술학원에 보냈다. 공부로 안 된다면 미술으로라도 고등학교를 보내자는 것이 어머니의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미술을 시작했고, 대학까지 미대를 다녔다. 그녀는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우연'을 만난다. 그것을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 나처럼 당신에게도 우연이 '운명'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