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올림머리 집착 왜?..."운명이라 여기는 듯"
23일 법정에도 올림머리 단장...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 자극? / 정인혜 기자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이 열린 가운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히는 ‘올림머리’에도 함께 관심이 쏠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8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상하의 정장 차림에 가슴에는 수인번호 ‘503번’이라 쓰인 배지를 달고 있었다. 특히 이날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올림머리를 하고 나와 관심이 집중됐다. 박 전 대통령은 검은색 플라스틱 재질의 머리핀을 양쪽에 꽂고, 뒷머리에는 큰 집게핀을 꽂아 머리를 고정시켰다. 구속되기 전에 이용하던 머리핀은 아니었으나, 올림머리를 연출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올림머리를 할 수 있었을까.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내 영치금으로 구입한 머리핀으로 ‘셀프 올림머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수용자는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이나 생필품 외 용품을 최대 4만 원의 영치금으로 별도 구매할 수 있다. 서울구치소가 공개한 수용자 구매 물품 가격표에 따르면, △집게핀 1660원, △머리핀 390원, △머리끈 330원, △머리띠는 830원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올림머리 스타일을 연출해줄 ‘전담 미용사’ 없이, 스스로 머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법정에 출두한 최순실 씨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머리핀을 이용해 머리를 한 가닥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이를 접한 여론은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법정에 서면서까지 올림머리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주훈(41, 울산시 동구) 씨는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이 굉장한 것 같다”며 “재판에 나서면서까지 올림머리에 집착하는 걸 보니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진아(27, 서울시 중구) 씨도 “올림머리에 대한 집착이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정신세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 사랑은 과거부터 유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 육영수 씨 작고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어머니의 스타일을 고수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7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부터는 올림머리를 고연령층 유권자들의 ‘향수 자극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구시대적 정치인 같다는 지적에 단발로 머리 스타일을 바꾸기도 했지만, 5개월 만에 다시 올림머리 스타일로 회귀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당시 한나라당 당원들이 단발 스타일을 만류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2007년에 열린 제18차 한나라포럼에 참석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라고 해서 고쳤더니, 또다시 올림머리를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바꿨다”며 “참 살기 힘들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도 있다. 천영식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펴낸 책 <나는 독신을 꿈꾸지 않았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저서에서 천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은 살아 생전 어머니가 ‘너는 머리를 뒤로 묶는 게 어울린다. 어쩌면 그것까지 나하고 닮았냐’는 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그래서 머리 모양만큼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