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했다고 DNA 강제 채취하나?" 노점상 활동가 헌법소원

민변, "강력 범죄 재발 막는다는 '조두순법'을 주거 침입 등에도 적용해 집회 자유 억압" / 정인혜 기자

2017-06-08     취재기자 정인혜
흉악 범죄의 재범을 막는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유전자(DNA) 채취가 집회와 시위 참여자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노점상 활동가들이 검찰의 유전자 강제 채취에 항의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3월 24일과 28일, ‘집단 주거 침입’을 이유로 노점상 활동가들의 DNA를 강제로 채취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서울 구로구 마리오아울렛 쇼핑몰 안에서 한 매장이 노점을 철거한 데 대한 항의 집회를 열었는데, 당시 집단 주거 침입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 형을 받았다. 문제는 올해 2월 다시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 당시 시위에 참가한 민주노련 측 간부 3명에게 DNA 정보 채취를 위해 공판과로 출석하라고 요구한 것. 이들이 출석에 불응하자, 검찰은 당시 동작경찰서에 출두한 이들을 찾아와 DNA를 강제로 채취했다. 민주노련은 8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흉악 범죄의 재범을 예방하자는 취지의 법률을 들이밀어 탄압하려고 하는 검찰과 공안 당국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변 측도 이를 ‘공권력의 무분별한 남용’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이번 DNA 강제 채취 집행에 법률상 근거가 부족하다고는 주장도 폈다. 집행이 위헌성 논란으로 해당 조항이 모두 삭제된 바 있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조항’에 근거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다. 민변은 “경제적 약자인 동료 노점상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약 20여 분간 아울렛 매장 안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쳤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국가가 이들까지 DNA 채취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공권력의 무분별한 남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검찰 측을 강력 비판했다.  민변은 또 “검찰이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한 행위는 당사자들의 신체의 자유,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 인격권,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고, 적법 절차, 영장주의의 원칙, 평등원칙 및 법률 유보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이라며 강제 DNA 채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은 이른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강력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채취 대상은 총 11개 유형의 범죄자로, 살인, 방화, 아동 성폭행, 마약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법에 주거 침입, 퇴거 불응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주거 침입이나 퇴거 불응은 강력 범죄로 보기 어려운 데도 무리하게 이 법에 포함됐다는 것. 이로써 노동쟁의나 집회, 시위 등 시국 사건 관련 수형자를 대상으로 DNA 채취가 이뤄질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고, 이 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이에 지난 2011년 DNA를 채취당한 용산 철거민과 쌍용 노동자들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는 5 대 4로 “국가가 과잉하여 DNA를 채취하고 보관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며 이 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다만 당시 재판관 4인은 이 법률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등 헌재 내부에서도 찬반 견해가 팽팽했다. 민주노련은 “DNA 채취 행위는 저항하는 시민에 대한 국가의 탄압”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서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