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과 미성년 사이 '빠른 연생'들은 불편하다
2014-05-14 취재기자 김예은
1월, 2월에 태어나 동년배보다 대학에 1년 빨리 입학한 소위 '빠른 연생'들이 술집이나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 관람에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해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신분은 대학생이지만 연령은 아직 청소년인 이들은 술집에 출입할 수 없고 19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도 볼 수 없다. 학생증을 보여주어도 성인이라는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같이 간 친구들을 당황하게 한다.
이에 빠른 연생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은 다른 방도를 찾는다.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지인의 주민등록증을 빌려 사용한다. 시빅뉴스가 빠른 연생인 대학생 100명을 약식 설문조사 한 결과, 68명의 학생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지인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문화를 즐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학생 이모(23) 씨는 “일부러 민증 검사를 하지 않는 술집을 간다. 아니면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화장실로 숨는다”고 말했다.
사촌의 신분증을 빌려서 썼다는 빠른 93년생 김모(21) 씨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쓰는 것이 불법이라지만 ‘빠른 연생’이 생기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상황이 우리가 몰래 불법을 저지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대학 신입생들 중 빠른 연생인 학생의 숫자는 10명 중 1명 정도에 이른다. 또래보다 한 살 어린 나이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똑같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포털사이트의 청원 게시판에는 ‘빠른 **년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국가청소년위원회에 보내는 서명운동 글이 올라왔고, 6,112명의 사람의 서명으로 성공하였지만, 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빠른 연생에 대한 고충은 당사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대학 학과 학생회는 행사 후 회식을 할 때마다 신입생들 중 빠른 연생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 마음을 졸인다. 부산의 모 대학 학과의 학생회장 이모(24) 씨는 “업소에서 신분증 검사를 할까봐 항상 걱정이 된다. 신입생 몇몇이 쫓겨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수십 년간 이어져왔던 빠른 연생 입학 제도는 지난 몇 년 전부터 사라졌다. 2009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1년생부터는 1월~12월생 아동이 같은 학년으로 입학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공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1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려면 아직 7년이 남았고, 지금까지 빠른 연생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사람들이 있어 불법행위는 식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