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쇼핑 트렌드 '해외직구'에 사기 피해 잇달아
엉터리 제품 배송, 돈만 받고 '먹튀' 등 소비자 우롱
사이버 공간에서 대행 사이트를 통해 외국산 유명 브랜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직구'가 새로운 구매 행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직구를 바탕으로 한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사기범들은 인터넷 대행 사이트를 쉽게 열고 폐쇄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엉터리 물품을 배송하거나 물품 대금 입금만 받고 아예 물건을 배송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 김유라(23) 씨는 최근 G브랜드의 가방을 갖고 싶어 인터넷을 뒤진 끝에 이 브랜드의 해외직구 사이트를 찾았다. 사이버상 제품 카탈로그를 보니 백화점 판매가보다 30~50% 가량 저렴했다. 그중 특히 마음에 드는 하나를 클릭해 30여만원을 결제하고 제품이 도착할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약속된 날짜에 제품이 도착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직접 배송하는 것이라 좀 늦어지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애를 태웠다. 약속일보다 3주가 지나서야 겨우 가방이 도착했다. 그런데 포장을 뜯어보니 카탈로그와는 달리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가품 가방이었다. 진품을 주문했는데 G브랜드의 가짜를 받은 것이다. 김 씨는 즉각 이 브랜드의 직구 사이트에 항의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김 씨는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를 했으며 경찰 고소도 계획하고 있다.
주부 박지윤(36) 씨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딸아이 옷을 사기 위해 아동복으로 유명한 모 브랜드 해외직구 사이트에 주문을 했는데, 돈만 받더니 아예 깜깜무소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봤으나, 이미 그 사이트는 폐쇄되어 있었다. 김 씨는 "인터넷에 대행 사이트로 번듯하게 떠 있어도, 전화번호 없이 연락처가 이메일뿐이었고, 사업체 주소도 중국으로 돼 있어 찝찝했지만, 아이의 예쁜 옷을 생각하면서 일단 믿어보자 싶었다”며 경솔한 인터넷 구매를 후회했다. 김 씨는 어떻게 하면 가짜 직구 사이트를 운영한 사기범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있다.
해외직구는 해당 브랜드 제품의 해외 물류센터를 통해 국내에 택배로 배달되는 방식이다. 관세가 붙지 않아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크게 싸다. 하지만 모든 구매 과정이 사이버상에서만 이뤄지므로 확실한 신용을 담보하기가 불가능하다. 문제가 일어나도 어디서 발생했는지 추적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책임을 추궁하는 방법도 마땅찮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구매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대학원생 최가윤(27) 씨는 해외직구 때문에 어이없는 사고를 겪었다. 꽤 비싼 값을 주고 최신형 전자기기를 구입했다. 배송된 물품은 겉모습이 멀쩡해, 그는 제대로 쇼핑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 전자기기에 전기를 넣자 "펑" 소리와 함께, 기기가 먹통이 돼 버렸다. 아예 작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최 씨는 즉시 이 사이트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신이 왔으나, 그것은 "아마 중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처럼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하는 이유는 관세가 붙지 않아 브랜드 세일기간을 잘 노리면 소비자들이 50%~70%까지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20대, 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해외직구는 값싸게 브랜드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직구는 이제 한국의 새로운 쇼핑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직구를 할 때 신용도 높은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런 구석이 있으면 쇼핑을 삼갈 것을 경고한다. 특히 거래를 할 때, 현금을 송금하지 말고 나중에 취소가 가능한 카드로 결제할 것을 추천한다. 또 사전에 등 거래신뢰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이트에서 안전도를 점검한 뒤 구입하는 것이 안전한 쇼핑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원은 최근 해외직구 피해 사례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이트는 국내법으로 법적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보원의 한 관계자는 “우선 쇼핑하기 전에 회사의 국적이나 운영자의 연락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이 관계자는 또 “국내 사이트를 통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소비자 보호원에 구제 요청을 하거나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나 한국 사이버감시단에 신고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