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버스전용차로 시행 6개월...버스 승객은 환영, 자가용·택시 기사는 불만

시내버스 속도는 개선, 일반 차로는 병목 현상...부산시, "개통 완료되면 교통 흐름 좋아질 것" / 김지현 기자

2018-06-23     취재기자 김지현
부산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BRT: Bus Rapid Transit)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30일 원동IC~해운대구 올림픽 교차로까지 3.7km구간, 17개의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개통됐다. 지난 4월 24일에는 안락교차로~원동IC까지 1.7㎞구간에도 중앙버스전용차로가 확대 실시됐다. 당초 찬반 논란이 많았던 BRT사업이 시행된 지 6개월에 접어든 지금,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들으러 BRT사업이 처음 시행된 해운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나가봤다. 
일반 차선에 가득 찬 승용차와는 다르게 중앙버스전용차로엔 드문드문 오가는 버스가 있을 뿐 텅텅 비어 있었다. 버스들은 옆 차로에 밀려 있는 승용차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쌩쌩 달렸다. 간혹 버스가 다니지 않는 틈을 타서 반대편 중앙버스전용차로 사이를 무단횡단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의 시행 이후 교통소통 효과는 어떨까. 부산시가 지난 1월 16일~20일 원동IC에서 해운대구 올림픽 교차로까지의 시내버스와 일반 승용차의 속도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시내버스의 평균 속도는 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BRT사업 시행 전 시속 17.4㎞에서 개통 후 22.7㎞로 개선됐다. 동래 방면 시내버스의 평균 속도도 시속 17.6㎞에서 20.2㎞로 빨라졌다. 하지만 일반 차량의 속도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시행하기 전보다 해운대 방향은 4.4㎞, 동래 방향은 3.2㎞ 느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 조사는 작년 12월 개통한 후 1월에 개괄적으로 조사를 했던 자료"라며 "현재 안락교차로~원동IC 구간을 추가 개통했고 6월 내에 올림픽 교차로~운촌삼거리 구간도 개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사 중인 곳을 다 개통한 후 다시 모니터링 해서 개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해 긍정정인 반응을 보였다. 이모(47) 씨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뒤로 버스가 빨라져서 편리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모(50) 씨는 “버스를 타고 다닐 때는 고속도로 뚫린 것 같이 빨리 달려서 좋다”며 “택시보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승객 대부분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생 박슬기(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뒤로 예전보다 버스가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아서 좋지만, 오히려 너무 빨리 달려서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류지현(23) 씨는 “버스만 다니기 때문에 빨라서 좋은데 몇몇 정류장은 반대편 정류장이 조금 떨어져 있어서 환승하려면 신호등을 두 번 건너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가용 차량 운전자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인해 차가 많이 밀려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김상현(23, 부산시 연제구) 씨는 “아무래도 자가용 운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다”며 “차선이 넓어야 모든 사람들이 만족을 할 텐데 전체 차선은 넓히지 않고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 병목 현상이 가속화되니까 운전자들로선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김성진(5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씨는 “사업에 큰 비용을 들였는데도 중앙버스전용차로가 특정 구간에만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승용차를 운전할 때 차선이 줄어들어 너무 불편하고, 사고의 위험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가용 운전자 가운데서도 버스전용차로를 반기는 의견도 없지 않다. 김진성(58) 씨는 “버스전용차로 시행 이후 일반 차도에 버스가 없어져서 운전하기엔 편한 것 같다”며 “앞에서 달리던 버스가 차선을 갑자기 바꿀 때는 머리끝이 쭈뼛했는데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 또한 심한 차량 정체에 불평을 토로했다. 택시기사 심모(63) 씨는 “서울처럼 차선이 많으면 괜찮은데 여기는 좌회전 차선까지 넣으면 2차선밖에 안 남는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는 엄청 밀려서 힘들다”며 “해운대에서 택시를 타는 승객이나 관광객들도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김모(부산시 금정구 금사동) 씨는 “버스 노선이 많지도 않아서 항상 버스 차로만 텅텅 비어 있다”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안 오면 택시를 타는 승객도 많았는데 중앙버스차로가 생긴 뒤로 손님도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시는 BRT 사업을 확장해 적용 구간을 점점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림픽 교차로~운촌 삼거리 구간은 올해 6월 안으로, 내성교차로~안락교차로 구간은 올해 9월에 개통할 예정이다.  하지만 BRT사업이 확대될수록 사업에 대한 불만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KNN 뉴스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의회 의원 5명은 현재 계획 중인 해운대 운촌삼거리~송정구간 중앙버스 전용차로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심각한 병목현상이 우려되고 특히 여름 피서철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 해운대구의회는 지난 4월 3일에도 올림픽교차로~중동 지하차도 구간의 BRT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부산시는 앞으로 BRT 사업이 확대되면 교통의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달 올림픽 교차로~운촌삼거리 구간 공사를 마무리한 후 피서철인 7~8월엔 공사를 쉰 다음 다시 운촌삼거리~중동지하차도까지 공사를 할 계획이다. 또한, 일반 승용차들의 통행이 불편한 지점은 개선 작업에 들어가 7월 안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앞으로 “전체적인 BRT 축이 개통되면 전반적인 교통 흐름이 개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현재 공사 중인 구간이 잇따라 개통되고 일부 승용차 운행 불편 구간에 좌회전 차선을 확보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면 승용차 운전자들의 불편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