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불볕더위 한반도는 아열대 시험 중...맹독성 바다뱀까지 출현
시민들, "아열대는 지구온난화가 주범"...증가하는 온실가스 위험 수위 / 김지언 기자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반도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접어든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돼 기후 변화의 증거로 부상하고 있다.
얼마 전 대구와 광주의 가정집에 바나나가 열렸다는 소식이 SNS를 타고 급속하게 퍼졌다. 결과적으로는 이것은 파초라는 식물과 바나나를 혼동한 오해에서 불거진 이슈였다. 하지만 이 이슈는 한반도의 급속한 기온 상승을 입증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아울러 지난 24일 박대식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팀은 제주 바다에서 맹독성 바다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맹독성 바다뱀은 대만과 류큐 열도 남부에서만 관찰되던 동물인데 수온 상승으로 한반도에도 출몰해 피서철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기온 상승의 주범인 지구온난화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농도도 높아지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점점 높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반도의 열대야 일수와 여름이 길어지고 농작물과 해양생물 등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노경숙 사무관은 “'트레와다'라는 기후 분석 방법으로 미래 기후를 전망했을 때,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 100년까지 내다볼 수 있다”며 “기온이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도 계속 될 경우 2100년에는 한반도의 절반가량이 아열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레와다 기후 구분에 따른 아열대 기후의 조건에 따르면,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도 이하, 1년 중 월 평균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아열대 기후라고 구분 지을 수 있다. 최근까지 한국은 온대 기후에 속해 있었지만,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 아열대 기후의 조건을 충족한다. 특히 우리나라 남해안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아울러 기상청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 변화 전망보고서를 보면, 21세기 후반기(2071년~2100년)에는 여름은 대부분 지역이 연 평균 160일 이상으로 추산되고, 연 평균 기온도 16도 이상으로 전망된다.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의 식물 분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환경공단에 의하면, 대구와 경산의 고유 특산물로 자리 잡았던 사과는 최근 영월과 춘천에서도 재배된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한라봉도 남해 일부와 충주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제주 지역 특산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트위터리안 chea**** 씨는 “지구가 어찌되려고 이렇게 더워지는 지 소름이 돋는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 ches**** 씨는 “60년 후 한반도가 사막 기후가 되는 걸 기상청에서 아열대라고 약하게 말하는 것 아니냐”며 “6월 중순인데 이렇게까지 건조할 일이냐”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기후 변화에 취업준비생 조소영(27, 부산시 연제구) 씨는 “지구온난화를 막아보려고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지금보다 더 심각한 징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홍윤대(27, 부산시 남구) 씨는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 각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