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영도구 주민들, "파도 막자는 공사가 파도 키운다"
2014-05-24 취재기자 김영우
부산시 영도구 영선동 해안가 일대에는 현재 주민 안전을 위한 호안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건설 본부에서는 호안공사 일부 구간은 기존 호안을 보강하기만 하고, 피해가 있을시 대처하겠다고 밝혀 주민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영선동 해안가 지역은 지난 2003년 여름 태풍 매미로 인해 인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량 200여 대가 침수되고 주변 도로가 파손되는 등 수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이후 이 일대 피해 주민은 전 국토교통부인 국토해양부에 피해 방지 대책을 위한 진정서를 냈고, 국토교통부는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호안 정비공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이 지역 침수를 막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공사명은 ‘부산 남항 호안정비공사’ 이 공사는 지도에서 나타난 것처럼 전체 호안 정비 구간 중 빨간 선으로 표시된 호안 정비공사 구간과 빨간 원 구간으로 표시된 기존 호안 보강공사 구간으로 구분되어 진행되고 있다. 빨간 선 지역의 호안 정비공사는 해안 일대의 침식을 막는 구조물로 이미 이 지역 해안도로에 설치된 호안을 아래 사진처럼 도로로부터 30m 바다 쪽으로 연장하여 호안을 새로 쌓는 공사이다. 한편, 빨간 원 보강공사 지역은 기존 호안을 높이고 테트라포트로 불리는 TTP(4개의 뿔 모양을 가진 콘크리트 구조물)를 보강하는 공사이다.
이에 지역 피해대책위원회는 국토교통부에 호안 보강공사 구간도 호안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공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설계를 담당한 국토교통부는 현재의 보강공사 지역은 호안 확장을 하지 않고 호안 보강만 해도 충분하다는 지형 조사 결과에 의해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인근 주민의 주장은 현재 호안 확장 방식의 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은 물결이 잔잔하여 추후 문제가 없지만, 호안 보강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사 지역은 바로 옆 지역까지 호안이 바다 쪽으로 확장되는 이번 공사의 여파로 인해, 상대적으로 해안이 좁아져 바람이 불지 않아도 파도가 거세졌으며, 이로 인해 모래가 유실되어 강력한 태풍이 올 경우, 과거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이 보강공사 지역도 호안 확장 방식으로 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와 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교통부는 7월로 예정된 준공을 확정하되 올 한해 피해가 있는지 추이를 지켜보고 호안 확장 공사를 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인근 주민은 집회를 중단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백남원 피해대책위원장은 이왕하려면 전 지역의 호안을 확장해야지 일부만 하고 일부만 하지 않음으로써 정비공사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 위원장은 “울타리를 튼튼하게 잘 막아놓고 대문을 달지 않는다면, 도둑은 대문으로 들어오듯이, 호안 공사를 잘해봐야 100%를 하지 않는 공사는 재해를 더 키울 것이다. (호안 확장된 지역의) 넓은 공간의 월파는 해안에 약하게 치지만, (호안 보강만 하는) 좁은 공간의 월파는 더 큰 힘을 발휘해 더 세게 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호안 공사 계획은 국토교통부에서 설계하고 부산시로 이관되었는데, 설계한 국토교통부에서 그 지형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호안 보강공사만 해도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따라서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의 추가 공사 요청이 빗발치자 부산시에서는 국토교통부에 추가 공사를 여러 번 건의하였지만 국토교통부는 추가 공사비용으로 많은 비용이 들고, 기존 TTP와 구조물을 제거하는 데 추가로 예산이 낭비되기 때문에 기존 계획을 바꾸기 힘들고, 호안 확장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실시하는 호안공사를 피해가 입고 난 뒤 해결하겠다는 것에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피해대책위원회에서는 앞으로 또다시 보강공사구간에 파도가 넘쳐 인근 주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