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에 여친 '쌩얼' 보여준다? 신종 앱에 남녀 갈등
여성 얼굴 올리면 화장기 제거한 얼굴 보여주는 'Makeapp' 인기..."여성 혐오 소지" vs "화장 사기꾼들 걸러준다" / 정인혜 기자
직장인 이모(28) 씨는 얼마 전 호감을 갖고 있던 남성과 크게 다퉜다. 해당 남성이 이 씨의 화장하지 않은 민낯인 ‘쌩얼’을 비꼬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씨에게 “미인이신 줄 알았는데, 화장 지우니까 별로네요”라고 말했다. 민낯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이 씨는 크게 당황했다. 당황하는 이 씨에게 그는 한 앱의 존재를 알려줬다.
최근 카메라 앱 ‘Makeapp’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본인의 동의 없이 화장기 없는 얼굴이 남에게 유출된다는 이유에서다. Makeapp은 매직유니콘에서 출시한 사진 수정 앱이다. 특히 화장을 지운 얼굴을 보여주는 기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사진을 선택하거나 즉석에서 촬영한 뒤 ‘Remove’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버튼 터치 한 번이면 두꺼운 화장을 하고 있었던 여성의 얼굴도 곧바로 민낯으로 바뀐다. 피부색은 물론 눈썹, 아이라인, 속눈썹도 사라진다. 립스틱과 볼터치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iOS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다른 메이크업 앱과 비하면 남성 이용자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그간 출시된 메이크업 앱은 여성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했지만, Makeapp은 남성 이용자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가 높다.
이에 대해 Makeapp을 이용한다는 한 남성은 “여자들의 ‘진짜 쌩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들은 화장 다 지웠다고 해도 쌩얼이 아니라고 들었다. 여자 쌩얼 보기 정말 힘들지 않냐”며 “이 앱은 클릭 한 번에 화장발인 여자들을 걸러낼 수 있어서 정말 유용하다”며 웃었다.
좋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씨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은 해당 앱이 성차별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씨는 “내 사진을 아무렇게나 캡쳐해서 앱에 넣은 것도 문제지만, 그 의도가 더 소름 끼친다”며 “자기 얼굴도 아니고 남의 쌩얼이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 정말 변태 같은 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박모(27) 씨는 “여성들의 쌩얼이 쉽고 우스운 유희 거리로 취급당하는 것 자체가 여성 혐오”라며 “쌩얼에 대한 조롱을 유발하는 이런 앱은 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에서도 이를 둘러싼 남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앱 리뷰란에는 격론을 벌이는 남성과 여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여성 이용자는 “쌩얼은커녕 산송장처럼 보이게 한다. 금방 탄광에서 나온 사람처럼 만들어 놓고 이게 무슨 쌩얼이라는거냐”며 “처음엔 재미 삼아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앱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남자들 때문에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 남성들은 해당 앱을 찬양(?)하고 있다. 한 남성 이용자는 “좋은 앱인데 왜 여자들은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며 “여기서 화내는 여자들은 쌩얼을 들켜서 그런 것 같다”고 비꼬았다.
성능을 떠나 앱을 이용하는 일부 남성 이용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사람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유로 법적 처벌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본인의 동의 없이 SNS에 올라온 사진을 캡쳐해 이용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공표한 게 아닐 경우에는 처벌할 규정이 모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