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냐, 제재와 압박이냐, 北이 선택해야" 문 대통령 '쾨르버 선언'
6일 베를린서 "한반도 비핵화·평화 협정 체결·남북 경제 벨트 구축" 등 평화·번영 프로세스 제시 / 정혜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혔다. '쾨르버 선언'이라고 할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화 공존으로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북한의 대화 참여를 촉구했다
이날 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점점 더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의 악순환이 한계점에 이른 지금, 대화의 필요성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며 “이틀 전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북한이 결정할 일만 남았다. 대화의 장으로 오는 것도,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도 오직 북한이 선택할 일”이라며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제일 먼저 앞세운 것은 평화다. 핵과 전쟁 위협이 없는 한반도, 남북이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잘 사는 한반도가 돼야 한다는 것. 문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간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라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관해 “단계적이고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북한이 핵 도발을 전면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양자 대화와 다자 대화에 나서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평화협정 체결 방안을 제시했다. 한반도는 1953년 정전 후 60년 간 정전 체제 위에 있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어도 깨지지 않는 ‘평화 제도화’를 실현하겠다며 “남북 합의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다. 북핵 문제가 진전된 후 경제 지도를 새롭게 그리겠다는 것인데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 벨트로 이어 경제 공동체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신경제지도에는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베이징, 유럽으로 향하는 남북 철도와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 사업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비정치적 교류 협력 사업을 들었다. 한반도의 고통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루겠다며 이산가족 상봉, 북한의 감염병, 산림 병충해 공동 대응을 언급했다.
문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함께 북한과 즉시 실천할 수 있다며 △10.4 정상 선언 10주년 기념 이산가족 상봉 행사,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7월 27일 휴전협정 64주년, 군사분계선 적대 행위 상호 중단, △남북 간 접촉과 대화 재개 등 4가지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남북 교류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담은 '쾨르버 선언'과 관련, "북한이 평화공존으로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쾨르버 선언에 북한은 더 이상 무모한 군사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길에 함께 나서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네티즌들도 또 하나의 명연설이 탄생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회원 jins****는 “쾨르버 재단 연설은 남북이 반드시 가야할 교과서보다 더 교과서 같은 로드맵이다. 소름이 돋을 정도의 명연설을 들으면서 박근혜는 통일 대박이라는 말만 했다. 이명박근혜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나”라고 비교했다. song****는 “문재인이 전략가네. 당장 대화 테이블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연설은 사실상 북한한테 건네는 호소이자 엄중한 경고이다. 박그네 정부 외교는 너무 겉멋이 들어 있어 걱정이었는데 이번 정부는 확실히 실리를 최우선에 두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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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르버 연설 전문
존경하는 독일 국민 여러분,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하울젠 쾨르버 재단 이사님과 모드로 전 동독 총리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먼저, 냉전과 분단을 넘어 통일을 이루고, 그 힘으로 유럽 통합과 국제 평화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과 독일 국민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독일 정부와 쾨르버 재단에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얼마 전 별세하신 故 헬무트 콜 총리의 가족과 독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한민국은, 냉전시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로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을 주도한 헬무트 콜 총리의 위대한 업적을 기억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이곳 베를린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화해·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곳입니다. 여기 알테스 슈타트하우스(Altes Stadhaus)는 독일 통일 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역사적 현장입니다. 나는 오늘, 베를린의 교훈이 살아있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독일 통일의 경험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로 남은 우리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선, 통일에 이르는 과정의 중요성입니다. 독일 통일은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평화와 협력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줬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이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통일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동서독의 시민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했고 양측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했습니다. 비정치적인 민간 교류가 정치 이념의 빗장을 풀었고 양측 국민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나갔습니다. 동방 정책이 20여 년간 지속되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의 지지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협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유럽에 평화 질서가 조성될 때, 그 틀 안에서 독일의 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 때로는 국제사회를 설득해서 튼튼한 안보를 확보하고, 양독 관계에 대한 지지를 보장받았습니다. 빌리 브란트 총리가 첫 걸음을 뗀 독일의 통일 과정은 다른 정당의 헬무트 콜 총리에 이르러 완성되었습니다. 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정당을 초월한 협력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에게 베를린은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함께 기억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분단과 전쟁 이후 60여 년간 대립하고 갈등해 온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들어서는 대전환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제협력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 기간 동안 6자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 원칙과 방향을 담은 9.19 성명과 2.13 합의를 채택했습니다. 북미 관계, 북일 관계에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나는 앞선 두 정부의 노력을 계승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북핵 문제입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로 이틀 전에 있었던 미사일 도발은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모처럼 대화의 길을 마련한 우리 정부로서는 더 깊은 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이번 선택은 무모합니다. 국제사회의 응징을 자초했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돕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나는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랍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대 조건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결단만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지금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가장 좋은 시기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점점 더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의 악순환이 한계점에 이른 지금, 대화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중단되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최근 한미 양국은, 제재는 외교적 수단이며,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큰 방향에 합의했습니다. 북한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천명했습니다. 북한의 선택에 따라 국제사회가 함께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또한, 당면한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남북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함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나의 구상을 지지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도 같은 공감대를 확인했습니다.
이제 북한이 결정할 일만 남았습니다.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도,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도 오직 북한이 선택할 일입니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의지를, 북한이 매우 중대하고 긴급한 신호로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고 촉구합니다.
내외귀빈 여러분,
이제,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끌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잘 사는 한반도입니다. 우리는 이미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남과 북은 두 선언을 통해 남북문제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천명했고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경제 분야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협력 사업을 통해 남북이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자고 약속했습니다. 남과 북이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 맺은 이 합의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절실합니다. 남과 북이 함께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하고자 했던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통일은 쌍방이 공존 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입니다.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둘째,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습니다. 지난 4월, ‘전쟁 위기설’이 한반도와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세계의 화약고와도 같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시급히 완화해야 합니다. 남북한 간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교류와 대화를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도 더 이상의 핵도발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 관리 체계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입니다. 북핵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되고 어려워졌습니다.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 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 관계 및 북일 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북한이 핵 도발을 전면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양자 대화와 다자 대화에 나서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셋째,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1953년 이래 한반도는 60년 넘게 정전 상태에 있습니다. 불안한 정전 체제 위에서는 공고한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남북의 소중한 합의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거나 깨져서도 안 됩니다. 평화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안으로는 남북 합의의 법제화를 추진하겠습니다. 모든 남북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돼야 하는 한반도의 기본 자산임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북핵문제와 평화 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겠습니다. 남북한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협력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한 토대입니다. 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진전되고 적절한 여건이 조성되면 한반도의 경제 지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겠습니다.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 벨트로 새롭게 잇고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룰 것입니다.
끊겼던 남북 철도는 다시 이어질 것입니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북경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릴 것입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사 업들도 추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 국가로 공동 번영할 것입니다. 남과 북이 10.4 정상선언을 함께 실천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때 세계는 평화의 경제, 공동 번영의 새로운 경제 모델을 보게 될 것입니다.
다섯째, 비정치적 교류 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남북한의 교류 협력 사업은 한반도 모든 구성원의 고통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루는 과정이자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남북한에는 분단과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헤어진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 고통을 60년 넘게 치유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남과 북 정부 모두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 가족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가운데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은 6만여 명, 평균 연령은 81세입니다. 북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분들이 살아 계신 동안에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해야만 하는 시급한 인도적 문제입니다.
분단으로 남북의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들도 남북한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북한의 하천이 범람하면 남한의 주민들이 수해를 입게 됩니다. 감염병이나 산림 병충해, 산불은 남북한의 경계를 가리지 않습니다. 남북이 공동 대응하는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민간 차원의 교류는 당국 간 교류에 앞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동질성 회복에 공헌해 왔습니다. 민간 교류의 확대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갈 소중한 힘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를 폭넓게 지원하겠습니다. 지역 간의 교류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인간 존중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은 한반도 전역에서 구현되어야 합니다.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도적인 협력을 확대하겠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나와 우리 정부는 이상의 정책 방향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가야 합니다.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해 나갈 것을 북한에 제안합니다.
첫째, 시급한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10.4 정상선언’ 10주년입니다. 또한 10월 4일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입니다. 남과 북은 10.4 선언에서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의 상봉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민족적 의미가 있는 두 기념일이 겹치는 이 날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한다면 남북이 기존 합의를 함께 존중하고 이행해 나가는 의미 있는 출발이 될 것입니다. 북한이 한 걸음 더 나갈 용의가 있다면,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성묘 방문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합니다.
분단 독일의 이산가족들은 서신 왕래와 전화는 물론 상호 방문과 이주까지 허용되었습니다.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 많은 이산가족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당장 준비가 어렵다면 우리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이나 성묘를 허용하고 개방하겠습니다. 북한의 호응을 바라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희망합니다.
둘째,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여 ‘평화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2018년 2월,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에서 100km 거리에 있는 대한민국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2년 후 2020년엔 하계올림픽이 동경에서, 2022년엔 북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우리 정부는 아시아에서 이어지는 이 소중한 축제들을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만들 것을 북한에 제안합니다. 스포츠에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힘이 있습니다. 남과 북, 그리고 세계의 선수들이 땀 흘리며 경쟁하고 쓰러진 선수를 일으켜 부둥켜안을 때, 세계는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세계의 정상들이 함께 박수를 보내면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IOC에서 협조를 약속한 만큼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합니다.
셋째,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상호 중단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양측 군에 의한 군사적 긴장 고조 상태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남북한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고조시키고 접경 지역에서 생활하는 양측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올해 7월 27일은 휴전협정 6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날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면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넷째,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 간 접촉과 대화를 재개하는 것입니다. 한반도 긴장 완화는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지금처럼 당국자간 아무런 접촉이 없는 상황은 매우 위험합니다. 상황 관리를 위한 접촉으로 시작하여 의미있는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나아가,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 한번으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자리에서 일어서야 발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독일은 한국보다 먼저 냉전을 극복하고 통일을 달성했지만 지금은 지역주의와 테러, 난민 문제 등 평화에 대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나는 독일이 베를린의 민주주의와 평화 공존의 정신으로 새로운 도전을 극복하고 독일 사회와 유럽의 통합을 완성해 나갈 것을 믿습니다.
대한민국도 성숙한 민주주의의 힘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반드시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베를린에서 시작된 냉전의 해체를 서울과 평양에서 완성하고 새로운 평화의 비전을 동북아와 세계에 전파할 것입니다. 독일과 한국은 평화를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양국은 언제나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연대할 것입니다. 인류의 더 나은 삶, 세계의 더 좋은 미래를 향해 굳세게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