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 학교폭력 점입가경...대기업 회장 손자, 야구방망이로 학생 2명 더 폭행, 학교는 숨겨
교육청 감사 발표,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 해임".... 재벌 손자 가담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해 / 정혜리 기자
최근 배우 윤손하 아들과 대기업 회장 손자가 연루된 학교 폭력 사건을 숭의초등학교가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무마하려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거세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숭의초 학교 폭력 사건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청은 지난달 사건이 알려진 후 같은 달 21~30일 6명의 감사 인력을 투입해 숭의초 학교 폭력 처리 과정을 살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숭의초가 학교 폭력 사건을 숨기고 축소시킨 정황이 발견됐다. 지금까지 숭의초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담임교사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학부모를 만나 중재하는 식으로 처리해왔던 것.
교내에는 학교 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있다. 학폭위는 학부모 대표와 교사, 변호사와 경찰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야 하는데, 숭의초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학교 전담 경찰관을 제외하고 학부모 위원과 교원으로만 학폭위를 꾸렸다. 이 학폭위는 가해 학생 학부모가 대기업 손자를 가해 학생으로 지목했음에도 심의 대상에서 이 가해학생을 제외했다.
감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들은 학교 폭력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했다. 가해 학생이 평소 피해 학생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수련회에서 같은 방에 배정되도록 내버려 뒀다. 더구나 교장은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교육청은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의 해임을 법인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담임교사에게는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숭의초등학교는 사립이기 때문에 60일 이내 처분을 내리고 결과를 교육청에 알리게 돼 있다.
한편 감사팀은 대기업 회장 손자가 폭력에 가담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대기업 회장 손자가 사건 다음날 야구 방망이로 또 다른 학생 2명을 때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앙일보는 한 교육청 관계자를 인용 “이 사건 역시 학폭위 심의 대상임에도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교육청에 보고도 되지 않았다”며 “특별 장학을 추가 실시해 조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초등학교에서 학교 폭력이 일어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처리하는 어른들의 행태가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네이버 회원 c154****는 “교장을 포함한 숭의초 선생님들은 불의를 참는 것과 자신의 신변을 지키는 것 중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충분한 책임을 져야합니다. 당신들은 그냥 노동자가 아닌 사회의 미래를 가르치고 있는 교육자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비판했다. live****는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숭의초 제대로 하세요”라고 글을 써 500여 명의 공감을 받았다. 대학생 박선정(21, 부산시 북구) 씨는 “초등학생들부터 힘 없는 사람 괴롭히는 걸 알다니 무서운 세상”이라며 “나쁜 짓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똑같이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shoo****는 “숭의초 교장 해임하라”며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just****는 “숭의초 사립학교 설립 인가를 취소한다고 엄포를 놔야 이사장 이하 사람들이 겁 좀 내지 않겠나”고 다소 과격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직장인 이순규(35, 부산시 서구) 씨는 “교육청이 이렇게 조사해야만 알려지는 일이 있다니 다른 사립학교들은 어떨까 싶다”며 “이번 기회에 사립학교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