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걸핏하면 유리 파손·엔진 정지, 이런 헬기가 실전 배치됐다니
한국형 헬기 사업 1조 3000원 투입...감사원, 방사청장 등 수사 의뢰, "개발사 KAI·한화테크윈 손해 배상" 통보 / 정혜리 기자
1조 3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개발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안전과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부실한 상태로 전투 헬기 이름을 단 채 비행해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방위사업청 육군본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3~5월, 10~12월 두 차례 기술 감사를 벌인 결과, 수리온 헬기는 엔진과 기체, 탑재 장비 등 곳곳마다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기체 내부에 빗물까지 새는 것으로 확인돼 전투는커녕 비행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리온은 우리 군의 노후 기동 헬기를 대체할 한국형 헬기 사업으로 개발된 첫 한국형 기동 헬 기의 통상 명칭이다. 수리온은 ‘독수리’의 ‘수리’, 그리고 100을 뜻하는 우리말 ‘온’을 조합해 만든 이름으로 독수리의 용맹함과 기동성, 국산화 100%, 완벽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2006년 6월부터 1조 2950여억 원을 들여 개발해 2012년 7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12월부터 전력 배치돼 60여 대가 운용 중이다.
적합 판정을 받고 배치된 헬기지만,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툭하면 운행 중 전방 유리가 파손됐고 프로펠러가 동체와 충돌해 엔진이 정지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엔진이 멈춰 비상 착륙한 헬기가 2대였고 동일한 결함으로 또 다른 1대가 추락해 대파된 바 있다.
감사원은 2015년에 발생한 수리온 헬기 비상착륙 2회와 추락 1회 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헬기의 '결빙 현상'에 관한 안전 성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결빙 현상은 엔진 공기 흡입구와 냉각 통로에 얼음이 어는 것으로 이것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사 결과, 수리온은 비행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국제 감항 인증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도 이를 충족하려면 일정과 비용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엔진 형식 인증 등을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장명진 방사청장과 이상명 한국형헬기사업단장 등 3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또 육군참모총장에게는 방사청장과 협의해 안전 관리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KAI와 한화테크윈에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라고 통보했다.
네티즌들은 방산 비리 척결을 외치고 있다.
네이버 회원 smas****는 “KAI 이놈들 한 번 제대로 털어야 합니다. 수리온 관련해서 비리 장난 아닐 거예요. 그리고 지금 추진 중인 소형 무장 헬기 사업도 전부 감사해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서재현(36,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앞선 정부에서 멀쩡한 게 있겠냐”며 “다 조사해서 다 감방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thnk****도 “수리를 온종일 해야 해서 수리온인가”라고 가세했다.
국민들은 1조를 넘게 들인 헬기가 문제 투성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다. sosi*****는 “수리온 알래스카에서 영하 40도에서 비행 테스트 기사 본 것 같은데 전부 뻥이었다는 거야. 할 말이 없네요”라고 글을 썼다. 대학원생 정준희(28, 부산시 금정구) 씨는 “가끔씩 헬기가 추락했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난다”며 “다른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헬기가 문제였다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hodo****는 “강원도, 서울시 소방에서 수리온 사지 않는다고 그렇게 언플하고 정치인 동원하더니... 서울소방 강원소방에게 칭찬하고 싶군요”라고 말했다. 과거 강원도는 구조 활동에 수리온이 적합하지 않다며 더 개발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