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 제대로 쉬어야 능률도 오른다”

내년 도입 '대체휴일제' 입안자 문광연 이성태 박사에 듣는다

2014-06-08     취재기자 김선호
“대체휴일제는 공휴일을 늘리는 제도가 아니고 법으로 지정된 15일의 공휴일을 지키는 제도입니다.” 한국 문화관광연구원(이하 문광연) 책임연구원 이성태 박사는 지난 5월 12일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박사는 문화관광부 산하 문광연에서 문화관광 정책의 이론적 타당성을 연구해온 핵심 인물로 그동안 대체휴일제의 도입을 앞장서서 주창해왔다.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키로 결론을 내린 배경에는 이 박사의 역할이 주도적으로 작용했다.  대체휴일제란 지정된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 다음날 평일에 대신 쉬자는 제도다. 대체휴일제는 다른 말로 공휴일 이월제(公休日 移越制)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 공휴일은 연중 15일인데, 국민들은 주말과 공휴일이 겹치는 경우가 있어 15일 모든 휴일을 쉬기가 힘들다. 그래서 대체휴일제를 통해 법으로 지정된 공휴일 15일을 지키자는 것이 대체휴일제의 핵심 내용이다. 이성태 박사는 대체휴일제가 휴일을 보장함으로서 삶의 질을 높이고, 그에 따라 국민들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서 노동 효율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근로자들이 쉬면 휴일에 소비가 늘어 내수 경제를 좋게 하는 장점도 있다고 이 박사는 덧붙였다. 2013년 달력에 따르면 공휴일 중 3일이 주말과 겹친다. 2014년에는 3일의 휴일이 손실 예정이다. 대체휴일제의 취지는 정해진 공휴일은 놓지지 말고 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성태 박사는 대체휴일제를 “쉴 권리를 지키는 제도”라고 말했다. 현재 대체휴일제는 일본, 미국, 독일과 같은 많은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1973년 4월 12일부터 대체휴일제가 시행됐다. 일본에서는 공휴일이 일요일인 경우에는 평일인 다음 날 쉬도록 하고 있다. 또한 1985년부터는 공휴일과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끼어 있는 소위 징검다리 연휴가 되면 그 사이에 낀 평일을 쉬는 ‘국민의 휴일’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1년 월요일 공휴일 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공휴일을 월요일로 지정해 쉬자는 제도다. 예를 들어 미국의 현충일은 5월 넷째 주 월요일, 노동절은 9월 첫째 주 월요일로 지정돼 있다. 공휴일이 월요일이라서 미국인들은 주말과 연결시켜 월요일까지를 공휴일로 보내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 영국, 러시아,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이미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에 설 공휴일이 확대되면서 대체휴일제가 잠시 실시된 적이 있었다. 당시 설이 2월 6, 7, 8일이었는데 요일로는 금, 토,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연휴 다음날인 월요일을 하루 더 쉬도록 했다. 하지만 공휴일이 늘어난다는 지적과 설날과 추석이 1989년부터 3일씩 고정되면서 대체휴일제는 21개월 만에 폐지됐다. 이성태 박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체휴일제를 자신이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국회에서 윤상현 국회의원(새누리당, 인천 남구 을)이 대체휴일제를 도입하자고 먼저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 후 18대 국회에서 7건, 19대 국회에서 5건의 비슷한 법안 발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 박사는 “내가 한 일은 대체공휴일 제도가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인지 파악하고 정책으로 제안한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성태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휴일이 날짜로 지정돼 있어 모든 국민들이 휴일을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어린이날이 5월 5일, 개천절이 10월 3일 등 날짜로 지정돼 있다. 실제로 2013년 어린이날은 일요일로 주말과 겹쳤다. 이 박사에 따르면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면 국가 행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현충일에는 추모행사가 있다. 그런데 이 행사가 주말과 겹치는 경우에는 일부 공무원들은 쉬지 못하고 추모행사 때문에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박사는 휴일에 쉬지 못하면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 있고 그에 따라 국민들의 삶의 질도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체휴일제가 한국경영자총회나 대기업 등 재계에서 반발이 심하다. 재계는 우리나라 공휴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는 이유로 대체휴일제에 반대한다. 재계는 OECD 평균 공휴일이 12일인데 우리나라 공휴일은 15일이라서 대체휴일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재계는 특히 미국 공휴일은 10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태 박사는 재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성태 박사는 재계가 주장하는 미국의 공휴일은 미국 정부에서 정한 공휴일과 주에서 정한 공휴일을 전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미국의 경우 연말연시에 실시하는 주 정부나 민간 기업에 의한 재량 휴일과 종교 휴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을 모두 더 하면 미국은 총 15일에서 17일의 휴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재계는 또한 대체휴일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카페, 대형마트, 편의점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임시직 근로자들에게 대체휴일제 혜택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대체휴일제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임시직 근로자들은 업계 특성상 휴일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체공휴일에도 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이성태 박사는 “대체휴일제는 오히려 임시직 근로자들을 위해 시행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휴일제를 통해 임시직 근로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성태 박사에 따르면, 대체휴일제가 실시되면 휴일 서비스업의 매출이 올라서 그만큼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더 창출된다는 의미에서 대체공휴일제의 혜택이 임시직 근로자들에게도 우회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성태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공휴일은 대통령령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통령령은 대통령이 내리는 명령으로 민간 기업들이 반드시 지킬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휴일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공휴일과 대체휴일 모두 대통령령이 아니라 법령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이성태 박사는 주장했다. 법령을 통해 시행된다면, 모든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대체휴일제를 준수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체휴일제는 여야의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로 약속이 돼있는 상태다. 지난 4월 정기국회에서 대체휴일제 법안 표결을 두고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성태 박사는 2005년 월간조선에 의해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신진 경제학자에 선정된 바 있으며 현재 한중 FTA 협상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