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에도 개성의 시대가 찾아왔다.
한 대학생은 술을 배합하는 소맥 자격증으로 대기업 면접에 합격하는 등, 대학생들 사이에 특이한 자격증 취득 바람이 불고 있다.
학력, 학점, 토익 점수, 어학 연수 등 더 이상 진부한 스펙으로는 취업 시에 면접관들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특이한 자격증은 소맥(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술) 자격증,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 웃음치료사 자격증, 보석감정사 자격증, 건강식이관리사 자격증 등이 있다.
소맥 자격증은 모 주류회사가 인터넷 이벤트로 발급했던 자격증인 병아리 감별사, 웃음치료사 자격증은 전문 기관에서 교육 과정 이수 후 간단한 시험을 통과하면 취득할 수 있다. 보석감정사 자격증은 학원 교육을 통해 필기, 실기 시험을 치르는데, 부산 소재 A보석학원의 경우 작년 대비 대학생 수강생이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상식이관리사 자격증은 2010년 신설되었으며, 인터넷 강의를 통해 필기시험을 독학으로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희망하는 직종과 관련이 없는 상반된 자격증을 소지하는 게 오히려 취업 시에 가산점을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현재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전미진(25) 씨는 “주류 회사의 이벤트로 소맥 자격증을 발급받고 특이해서 이력서에 기재했더니, 면접관이 관심을 보였다”며 “입사하게 되면 회식 때 황금 비율의 소맥을 제조하겠다며 재치있는 답변한 게 합격에 도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은 갓 태어난 병아리 성별을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시험 시에 장시간 감별을 요구하므로 자격증을 취득하면 본인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여대생 조지영(23) 씨는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TV에서 병아리 감별사가 유망 직종으로 소개되고, 좋은 시력과 타고난 손감각이 있어야만 한다고 했다”며 “디자인 또한 손재주가 좋아야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취업 시 가산점을 받지 않을까 해서 학원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웃음치료사 자격증은 한국웃음치료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민간 자격증으로 2박 3일간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에서 웃음치료사 과정을 교육하고 있는 강사 박모(44) 씨는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스트레스 해소나 우울층 치료를 위해 교육을 받았는데, 최근엔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목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며 “평소 수강 정원의 30%가 대학생이며, 방학 때는 절반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항공사 승무원 공채 시험에 합격한 여대생 이경미(25) 씨는 “대학 시절 교양 강의를 듣다 관심이 생겨 취득한 웃음치료사 자격증 덕분에 최종 면접에서 합격할 수 있었다”며 “심리 치료 관련 자격증인데도 서비스직과 연관시켜 설득력 있게 답한 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보석감정사 자격증 시험은 1년에 두 번 치러지며, 최종 합격률은 30%를 넘지 못하도, 희소성이 크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고, 대학생들 대부분이 학원 교육을 통해 취득한다.
남성이지만 보석감정사 자격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이준우(26) 씨는 “현재 수강 중인 학원에서 2012년 하반기에 합격한 수강생이 50명 정도 되는데 취업률은 80%를 넘는다”며 “꼭 전문 분야가 아니어도 대기업이나 경영직, 서비스직 등 다양한 분야에 이 자격증 소지자가 취업한 걸로 봐선 자격증의 희소성만으로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고 전했다.
또 최근 1일 1식의 간헐적 단식 열풍이 불면서 식이 요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영향으로 인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건강식이요법사 자격증은 응시 제한이 없고 1차 필기 시험을 합격하면 2차 직무 교육 이수 후 자격증을 발급 받는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백한나(23) 씨는 같은 과 선배의 조언으로 현재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건강식이관리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백 씨는 “취업한 선배가 호텔 면접 시에 이 자격증을 왜 취득했냐는 질문에 경영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접하는 음식에 대해서 아는 것도 경영의 일부라는 답변을 했다”며 “자격증이 전공과는 무관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연관 지어 면접 때 소신껏 답변하면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채용 시에 남다른 자격증을 지닌 지원자나 독특한 경험을 가진 지원자를 우대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광고대행업체 인사 담당자 김모(31) 씨는 “학력이나 학점, 어학 점수 등 단순히 서류상 보이는 스펙만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기 힘들다”며 “사회 생활의 모든 업무는 실무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뻔한 경험보다는 특별한 경험에 중점을 두고 채용을 하는데, 대체로 면접 시에 개성이 강했던 지원자들이 업무 능력도 좋다”고 밝혔다.
또 부산의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최모(43) 씨는 “지원자들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의 스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경험을 우선으로 본다”며 “누구나 다 가진 평범한 자격증보다는 보석감정사나 주류 소믈리에,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 같은 남다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 해외 어학연수, 직종과 관련된 전문 자격증이 필수였으나, 이제는 획일화된 스펙을 넘어 남들과 구분되는 개성을 갖는 것이 취업 준비생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