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문화재에 무개념 ‘낙서 인증샷’ 골머리...처벌은 있으나마나
관광지·문화재에 “OO 왔다 감”, 적발돼도 벌금 10만 원이면 끝 / 김수정 기자
2017-07-28 취재기자 김수정
피서철을 맞아 관광지마다 ‘낙서 인증샷’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거북섬 포토존에는 “OO 다녀감”, “XX야, 사랑해” 등의 낙서들로 뒤덮여 있다. 낙서는 대부분 매직이나 유성펜들로 쓴 것이어서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KBS의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촬영장에서도 관광지의 빽빽한 낙서가 문제시됐다. 한 커플이 <쌈 마이웨이> 촬영장인 ‘남일바’의 세트 소품에 낙서하고 간 것. 이에 화가 난 제작진이 해당 낙서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문화재도 예외는 아니다. MBN은 남한산성의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성벽과 나무 기둥 곳곳에 방문객 이름부터 사랑 고백 등 다양한 낙서가 빼곡하다고 보도했다. KTV 국민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전주 한옥마을의 전동 성당과 전주시의 ‘풍패지관’ 역시 곳곳의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들은 낙서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김태수(27, 대전시 동구) 씨는 “굳이 낙서를 하면서 자신들의 행적을 남기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일부 개념 없는 사람들로 인해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을 보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세민(32, 부산시 영도구) 씨는 “사진을 찍으려는데, 벽면마다 모두 낙서를 해둬서 사진을 깨끗하게 찍을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한국인들의 낙서 인증샷은 해외에서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태국 시밀란 국립공원의 한 산호초에 누군가 한글로 낙서를 새긴 사실이 알려져 국제적으로 망신당하기도 했다. 윤혜진(23, 부산시 남구) 씨는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 한국인들이 남기고 간 낙서가 눈에 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문화재에 낙서한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탈리아는 2015년 9월, 콜로세움에 낙서한 관광객에게 2000만 원이 넘는 벌금과 함께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일본에서도 문화재에 낙서하면 400만 원이 넘는 벌금과 함께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 지정 문화재를 손상, 절취하는 경우,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를 적용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에 비해 문화재에 낙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10만 원 정도의 벌금형만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낙서 인증샷에 대한 국민 의식 개선과 법적인 대책 마련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처럼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