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전성시대, 반려동물 장례업체 성황
사람과 똑같은 장례 절차... 염습, 화장, 납골당 봉안도
홀 중앙에 국화꽃으로 뒤덮인 자그마한 관이 놓여있고, 그 앞 향로에서 몇 가락 향이 피어오른다. 유가족인듯 검은 상복을 입은 중년 부인이 묵념을 한다. 자못 엄숙한 분위기다. 레퀴엠 비슷한 장중한 음악도 흐른다.
얼핏 보면, 여느 장례식과 다름없다. 그런데 관 한가운데 영정 자리에 사람대신 강아지 사진이 놓여져 있다. 바로 반려동물 장례 업체에서 벌이는 강아지 장례식인 것이다. 염습(殮襲)도 장례식 현장에서 직접한다. 장례 업체 직원이 강아지 사체를 깨끗하게 닦은 후 삼베포에 감싸기 시작한다. 그때, 나지막한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강아지의 유가족(?)인 중년 부인의 입에서다.
“안돼, 까불아. 못해준 것도 많은데. 벌써 가면 어떡해...” 흐느낌은 결국 오열로 변했다. 부모나 남편을 잃은 것 이상의 슬픈 모습이다. 그 오열을 뒤로 하고 관은 바로 옆방 화장터로 옮겨져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간다. 10여 분 후 강아지 유골을 수습한 직원이 이것을 다시 고온의 화로 속에 넣어 녹이자 유골은 단단한 차돌처럼 변했다. 이게 바로 메모리얼 스톤, 일종의 사리다.
이 사리를 유골함에 넣어 납골당에 안치하면서, '까불이'란 이름의 강아지 장례식은 끝났다.
인간 관계가 황폐화되면서 애완 동물이 가족처럼, 아니 가족보다 더 사랑을 받는 패트 전성시대다. 애완 동물이 수명을 다해 죽으면 옛날에는 집근처 뒷동산 한 구석에 묻어주는 게 고작이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전문 애완 동물 장례 업체에 의뢰해 사람 못지않은 정중한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부산, 경기 등 전국적으로 약 12곳의 애완 동물 장례 업체가 성업 중이다.
장례 절차는 하루에 모두 이뤄진다. 먼저 몸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삼베포에 싸서 묶는 등 염습과 화장, 유골 수습, 사리 제작, 추모관 안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모든 장례 절차는 보호자가 참관할 수 있으며, 소형견 기준으로 몸무게 5kg 미만은 비용이 20만원, 5kg~10kg 미만은 25만원, 10kg~15kg 미만은 30만원이 일반적이다.
두 번의 반려견 장례식을 치러본 정석호(24) 씨는 그날의 상황을 떠올리며 “동물의 장례식이지만 분위기는 사람 장례식과 별반 차이가 없다. 엄숙하고 슬픔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특히 “삼베옷을 입고 관에 누워있는 반려견과 이별할 시간을 줄 때, 그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고 덧붙였다.
정석호 씨의 반려 견종은 코카스파니엘로 아픈 몸으로 정 씨에게 입양되었다. 그래서 정 씨와 그의 가족들은 더 신경써주고 아껴줬던 강아지였다. 그런데 강아지가 의료 사고로 갑작스럽게 떠나,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지도 못해 더욱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는 "내가 몸이 아플 때 옆에서 땀을 핥아주며 지켜주던 녀석이 눈앞에 선하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가족이기에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해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그래서 반려 동물 장례 업체를 찾아보게 되었다. 반려 동물 장례 업체가 있다는 사실에 아주 반가웠다”고 전했다.
견주는 반려 동물 장례 업체에 직접 방문하여 반려 동물의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할 수 있고 출장서비스를 이용하여 직접 참관하지 않고 택배로 유골을 받아 볼 수도 있다.
또 강아지뿐만 아니라 고양이, 토끼, 페럿(족제비과 포유류) 등 가족같이 지내온 다른 종류의 반려 동물도 장례식이 가능하다이라면 의뢰하여 장례식을 치러줄 수 있다.
두 번째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박소영(21) 씨는 “강아지를 두 마리째 키우고 있지만, 반려 동물 장례 업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첫 번째 강아지는 아버지께서 그냥 흙 속에 묻었는데, 이런 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꼭 이용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부산 기장에 소재한 한 장례 업체 관계자는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반려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요즘 유기견도 많은데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확실하게 책임지는 것은 ‘양심의 기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