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역사 이해, 앞으로의 역사 이해

2014-06-21     부산광역시 최위지
책 제목에 물음표가 붙어있다면, 독자들은 당연히 그 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책 제목은 본문을 읽기 전 나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간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가서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왜 그가 서쪽으로 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동쪽으로의 길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당시 이슬람 교도들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해 동쪽으로 가려면 많은 돈을 지불하여야 했다. 콜럼버스는 자연스럽게 비교적 저렴한 통행로를 찾았고 그러려면 서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우리는 책 제목에서부터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역사를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의문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 책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는 대충 어림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라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가 아는 역사가 실제 우리가 지나온 길에 대한 올바른 해석인지에 대한 의문을 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역사를 어려워하고 회피해왔던 나는 우리나라 역사도 자세히 모르는 편이고, 내가 직접 느껴보지 못한 서양사의 경우 더욱 더 무지한 편이었다. 이런 점 때문인지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다른 나라 역사를 접할 때 나만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나를 새롭게 일깨워주었다. 어떠한 역사든 한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여러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관점 중에서, 이 책은 대표적으로 역사를 강자 입장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약자 입장에서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역사는 또한 여자의 관점, 흑인의 관점에서 다시 이해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역사를 더욱 올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이다. 콜럼버스의 경우, 그는 그간 역사 속에서 신대륙을 발견한 위인으로 손꼽혀왔다.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떠올리면 대부분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에서 본 그의 위대한 업적과 빛나는 후광만을 생각해낸다. 하지만 콜럼버스가 찾아냈던 그 대륙에 살던 수많은 원주민들은 콜럼버스를 그와 같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의 울타리를 만들어놓았던 원주민들은 콜럼버스 일행이 그들의 땅에 발을 디디면서 예상치 못한 불행한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콜럼버스 일행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들의 호수에 던져진 돌 같은 존재로 여겨졌을 것이다. 역사는 많은 전쟁을 치렀고 그 결과 수많은 승리자들을 만들어냈다. 이제까지 역사는 그들 편에서 쓰여졌다. 많은 역사적 서술들이 힘의 원리에 의해 승리자들의 입장에서 이루어졌다. 역사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앞장서 역사를 서술해 왔던, 자명하게 알려진 역사가들도 편파적이고 권위주의적 시각에서 역사 서술을 일삼아왔다. 우리는 학자라는 이름 아래 그들을 지나치게 신봉하고 비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어리석은 무지가 이런 비극을 만들었고, 학자들의 권위는 사람들이 역사 서술에 대한 신뢰감을 갖는데 한 몫을 했다. 사람들은 편파적이기 그지없는 역사조차 아무런 비판적 태도없이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러한 과정을 오랜 기간 거쳐오면서 역사 왜곡이나 편파적 역사 이해는 조용하게 만연됐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평소 강대국들이 밀집한 서양 위주로 쓰여진 역사에 염증을 느낀 것 같다. 그는 일선 학교에서의 역사 교육 과정마저도 서양 입장, 즉 당시 강대국이었던 유럽 위주의 역사 서술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반대로 라틴 아메리카를 공부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소외되고 역사의 주류에서 배제되었던 라틴 아메리카를 공부함으로써 역사를 더 객관적이고 바르게 이해하려고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여느 책들과는 다르게 강자 위주가 아닌 약자 입장에서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학교에서는 이해시켜주지 않았던 새로운 관점의 역사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바로 설 수 있다. 과거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미래를 맞이한다면, 우리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또 한 번 반복하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처럼 서양 중심, 유럽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영원히 지금의 강자들이 세계를 주도하는 이 구도를 깰 수 없을 것이다. 세계화가 갈수록 급속하게 진행되고,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지구촌 모든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역사에 대한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평화와 화합을 목표로 하는 세계화는 세계의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고루 비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생각을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역사를 서로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먼저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 이해를 주도해 나가면 좋겠다. 선진 국가로 나아가려면 사람들의 의식부터가 한 발 앞서야 한다. 역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세계화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