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논란 김학철, '문재인 때리기' 물귀신 작전
페이스북에 "휴가 간 문 대통령도 휴가 갔는데 내게만 가혹...언론도 레밍"/ 정인혜 기자
2018-08-05 취재기자 정인혜
‘국민은 레밍’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자유한국당 김학철 의원이 다시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통령도 휴가를 떠나는 마당에 본인이 비판받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 논란 직후 장문의 사과문을 올린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 이반과 좌충우돌 국정 운영에 대한 이슈 물타기였는지, 우파 정치 신인 싹 죽이기였는지 (내 기사를 언론이) 일주일 내내 띄웠다”며 “해외 연수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으로 몰아갔다”고 불만을 표했다. 자신이 정치 이념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이어 당의 제명 결정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폈다. 김 의원은 “공무로 해외에 나간 것이 제명당할 사유라면 북한의 ICBM 발사 등 엄중한 국가 위기 상황에 대통령이 휴가를 간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라며 “한국당의 제명은 부당하고, 가혹하다”고 말했다. 현재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복당을 위해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아울러 언론의 왜곡 보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수해 지역의 피해가 본인으로 비롯된 것도 아닌데, 언론의 과도한 공격을 받았다는 것. 김 의원은 “수해를 당하신 주민들께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죄송하고 깊은 위로 말씀을 올리지만, 본의 아니게 언론의 왜곡과 선정 보도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면서도 “내가 신이냐. 가뭄과 물 폭탄은 내가 초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에 대한 비난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가지고 보도의 책임을 다해달라는 것. 김 의원은 “제 기사를 다루고 싶은 언론사라면 같은 잣대로 저보다 수천, 수만 배 의무와 책임을 가지신 분의 처신에 대해서도 반드시 써주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레밍 언론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김 의원을 논란의 중심에 세운 ‘레밍’ 발언을 또다시 입에 올렸다.
김 의원의 글이 게재된 후 그의 페이스북은 김 의원을 비판하는 댓글로 봇물을 이뤘다. 네티즌들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더위 먹은 것 아니냐”, “국민을 레밍으로 생각하는 놈이 도민을 대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했다.
글은 삭제했지만, 김 의원은 이튿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억울함을 거듭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휴가 이야기도 빼먹지 않았다. 김 의원은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도 휴가 가는데 (자신은) 불공정한 잣대로 제명당했다”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이날 “비판과 처벌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형평성을 갖춰야 하는데, 나에게만 이토록 무수한 비난과 제명이라는 징계가 내려온 이유를 모르겠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로 전 세계 이목이 한반도 정세에 쏠려 있는데 휴가를 갔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의 ‘문재인 물귀신’ 작전은 어느 정도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문 대통령의 휴가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김학철이 잘한 건 물론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며 “같은 상황에 박근혜가 휴가를 갔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다”는 댓글로 추천 수 200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은 김 의원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언제든지 대응 가능한 국내 휴가와 물난리에 나 몰라라 하고 외국으로 놀러가는 게 어떻게 같냐”며 “문 대통령은 나랏일 챙기겠다고 평창, 진해 군부대에서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댓글은 추천 수 3000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