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정복 희열 즐기고 S라인 몸도 만들고...
스포츠 클라이밍, 젊은 여성들에 폭발적인 인기
2013-06-21 취재기자 강지현
2012년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현재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있는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가 선전하자, 한국 사람들이 빠르게 암벽등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암벽을 오르는 여자 선수 김자인을 따라서, 여성들이 암벽등반이란 스포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있는 실내 암장 ‘두클라이밍짐’의 안종태 대표는 확실히 예전보다 암장을 찾아오는 여성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여성 클라이머들이 많이 늘어서 등반 때 신는 여성용 작은 사이즈의 암벽화를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암벽등반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부산의 직장인 김유라(22) 씨가 벽을 오르게 된 계기는 아는 사람의 권유였다. 평소 운동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유라 씨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란 점이 마음에 들어서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암벽등반은 두 가지가 있다. 자연 암벽을 타고 오르는 ‘실외 암벽등반’은 2인 1조로해야 한다. 자연 암벽은 고도가 높고 위험해서 등반자가 암벽을 오르면 그 아래에서 등반자가 잡고 오르는 줄을 관리하는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실내 암벽등반’은 파트너 없이 혼자서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암벽등반의 가장 큰 매력은 고지를 정복했을 때 느끼는 희열이라고 답한 유라 씨. 유라 씨는 “남자들도 올라가기 힘든 데를 올라갔을 때 느끼는 짜릿함이 있어요. 저 밑에서 나를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나 스스로 새로운 곳을 개척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뿌듯함을 느껴요. ‘아,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그럴 때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라고 말했다.
이 짜릿함에 중독된 유라 씨는 틈나는 대로 자주 실내 암장을 찾는다. 암벽등반은 손의 근력만 이용해서 온 몸을 지탱하는 운동이다 보니 손에 상당한 부담이 간다. 유라 씨는 잦은 암벽등반으로 손에 저려 회사 일을 할 때 볼펜을 잡기 힘든 날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그 뒤로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주말에 한 번씩 암장에 간단다.
남자 친구의 권유로 암벽등반을 시작했다는 부산의 여성 클라이머 이경진(27) 씨는 암벽등반의 장점으로 집중력 향상을 들었다. 암벽을 오르면서 몸을 컨트롤하는데 온 정신을 쏟다보면, 잡생각도 사라지고 더불어 일상생활에 집중력이 늘어난 것을 느낀다고 한다.
스키나 골프 등은 처음 시작할 때 장비를 사기 위한 초기 비용이 적잖게 든다. 하지만 암벽등반은 여타 다른 운동에 비해 준비해야할 물건이 적어서 부담이 적다고 부산의 여성 직장인 정주란(32) 씨가 설명했다.
암벽등반은 다른 운동에 비해 필수 장비가 소박하다. 특히 암벽 높이가 낮은 실내 암벽등반을 할 때는 암벽화와 초크만 있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암벽화다. 바닥이 고무창으로 되어 있고, 발가락 부분이 좁고 단단하다. 그래야만 발끝으로 전신의 체중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초크는 암벽등반할 때 손을 건조하게 만들어줘 미끄러짐을 막아준다. 보통 허리에 매는 초크 백에 초크를 넣어 쓴다. 그 외에 손가락에 굳은살이 붙는 것과 미끄러짐을 막기 위해 등반 전에 손가락 마디마다 테이핑을 하는 여자들도 있다.
다이어트와 체력 관리를 위해 암벽등반을 시작한 부산의 직장인 이선미(43) 씨는 암벽등반의 또 다른 장점으로 몸매가 좋아지는 것을 꼽았다. “(암벽등반이) 힘든 운동이라 살이 많이 빠졌어요. 살만 빠지는 게 아니라, 바디라인도 예쁘게 잡히는 것 같아요. 특히 팔이랑 등에 군살이 빠지는 효과는 확실해요”라며 여성들에게 암벽등반이 좋은 운동임을 강조했다.
안종태 대표는 암벽등반은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약간의 강습만 받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암벽등반은) 힘보다는 몸의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근력이 약한 여성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어렵지 않으니까 겁내지 말고 많이들 해보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