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열정과 기사의 냉정 사이…영화 ‘택시운전사’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기록한 한국 현대사 한 페이지

/ 부산광역시 이종재

2018-08-06     부산광역시 이종재
2007년 개봉한 <화려한 휴가> 이후 처음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상업 영화가 10년 만에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영화 <택시운전사>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큰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대배우’ 송강호 씨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 덕분인지 영화관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민주화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들어온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와 그를 서울에서 광주로, 다시 서울로 이동시커준 택시운전사 김만섭의 이야기다. 극 초반 김만섭은 ‘데모하려고 대학 갔나’,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곳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것은 물론, 이유도 모르고 많은 택시비 때문에 힌츠페터 기자를 광주로 데려 간다. 그냥 평범한 시민 모습 그대로다. 오히려 영화 속 힌츠페터 기자는 영화 내내 내가슴에 자리 잡았다. 나는 영화가 끝나자 이 영화의 제목은 <푸른 눈의 이방인 기자>여야 했다고 생각했다.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은 힌츠페터였다. 그는 현해탄 너머 일본에 있다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가자의 직감으로 알아챈다. 그는 공수부대가 발포하는 순간을 카메라로 잡아 이 엄청난 ‘진실’을 외부로 알리겠다는 직업적 소명의식에 불타고 있었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데모대의 안전을 생각하는 그는 기자이기 전에 충분이 인간이 되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극 중 돈 때문에 택시를 몰았던 김만섭은 힌츠페터를 광주에 남겨두고 광주를 떠나 서울로 달리다가 한참을 흐느낀다. 무언가 느낀 게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전화로 딸에게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말하며 다시 광주로 핸들을 돌린다. 그 뒤, 그는 광주의 현장에서 힌츠페터를 구해 다시 서울로 그를 데려온다. 나는 여기서 ‘진실’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힌츠페터의 열정적인 기자로서의 사명감과는 다른 택시운전사 김만섭의 차분한 소명의식을 느꼈다. 이는 한 번 모신 손님은 최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명감이었다. 그러나 택시운전사 김만섭은 이 단순한  사명감을 차분하게 수행해서 우리나라 역사 발전에 기여했다. ‘용기는 무모함과 비겁함의 중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물론 열정과 냉정의 중간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택시운전사>는 이 ‘중간’을 잘 지켜낸 영화이다. 그렇기에 5.18 민주화 운동을 그 어느 영화보다 담백하게 잘 소화해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택시운전사>를 보기 위해 스크린을 찾을 것이다. 그 중 많은 분들이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사건에 집중할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가진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저널리스트가 가진 직업적 열정과 다른 한 사람의 택시운전사가 가진 직업적 냉정의 사이가 만들어낸 담백함을 느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