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번에는 서명 조작 의혹? 국민의당 내홍 격화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7일 오후 2시까지 공개 답변 촉구..."해명 없으면 법적 조치 강구" / 정인혜 기자
2017-08-07 취재기자 정인혜
차기 당권을 놓고 국민의당 내홍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안철수 전 대표 출마 촉구 서명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안 전 대표 측은 국민의당 소속 지역위원장 109명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지지한다는 서명을 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당 김현식 천안병 지역위원장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선거 출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만한 109명의 서명이 확보되는 과정에 일부 거짓과 왜곡이 개입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지지 의사 표명이 서명이 모이는 과정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에 동의하는 서명으로 둔갑했다는 것. 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서명 과정에 참여한 지역위원장들은 취지가 불분명한 질문에 대답한 것이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동의하는 서명으로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은 '심각한 왜곡'이라며 안 전 대표를 크게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주자로서는 안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극단적인 위기에 처한 국민의당의 대표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 당원들이 다수 존재하는 현실에서 심각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직접 동참 의사를 표명한 이들을 포함해서 109인의 리스트를 본 사람을 현재까지 찾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명 작업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여러 차례의 공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109인 명단 자체가 실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을 제보 조작에 비견할 만한 일이라고 규정한 김 위원장은 안 전 대표 측이 가지고 있다는 지역위원장 109명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공개하지 않을 시에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김 위원장이 내건 기한은 7일 오후 2시. 김 위원장은 "8월 7일 오후 2시까지 공개적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한다"며 "답변이 없을 경우에는 법적, 정치적 조치를 강구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 전 대표를 겨냥, '해당 행위'라는 단어도 언급됐다. 지난 4일 국민의당 동교동계 원로들 사이에서도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해당 행위라는 비판이 등장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과연 명단을 작성해서 안 후보에게 전달은 한 건지, 그리고 그걸 보며 안 후보가 뭐라 얘기했는지, 사전에 안 후보를 출마시키기 위해 일을 주도하던 사람들과 맞춰서 의도적으로 이런 일을 수행했는지 등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당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긴다"며 "공개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은 정치적 꼼수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해놓고도 그것에 대한 반성과 책임 없이 자꾸 합리화하려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 심하게 말하면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고 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이날 '혁신 비전 간담회'를 열고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자신을 전기충격기'에 빗대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환자가 심정지돼 쓰러져 있을 땐 웬만해선 심장이 다시 뛰지 않는다. 전기 충격을 줘야 한다"며 "전기 충격으로 다시 심장이 뛰는 상태가 지금의 국민의당"이라고 말했다고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당이 소멸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내 미래보다 당의 생존을 위해 독배라도 마시겠다는 결심으로 출마선언을 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는 '제보 조작'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을 구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적임자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이 가운데 동교동계는 오는 8일 안 전 대표의 출당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의 당권 경쟁을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을 접한 국민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제보 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 자신을 국민의당 지지자라고 밝힌 김모 씨는 "지난 번 조작 사건도 모두 안철수계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또 조작 사건이 터지다니 정말 할 말이 없다"며 "새정치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당을 위한다면 제발 탈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를 응원하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박모 씨는 "민주당, 호남의원들, 종편 비롯한 모든 언론들이 안철수에게 등을 돌린 걸 보면, 안철수가 무섭긴 한가 보다"라며 "극한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만 믿고 안철수식 새정치를 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