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가 모는 택시 뒷자리에 앉아 광주의 진실을 목격하다
/ 부산광역시 방승현
2018-08-07 부산광역시 방승현
영화 <택시운전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를 취재했던 독일 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은 실제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준다.
먼저, 김만섭(송강호)이란 인물이다. 그는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평범한 서울의 택시운전사다. 만섭은 서울에서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그날 통금 전에 다시 서울로 들어오면 거금인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혹한다. 밀린 월세를 갚아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길을 나선다. 왜 외국 기자가 다급하고 절실하게 광주로 가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그런 그가 변하기 시작한다. 광주에 들어선 그가 목격한 장면들은 군부 독재가 저지르는 폭력과 무참한 살해 현장이었다. 그리고 이에 저항해 싸우는 광주 시민들의 참혹한 전쟁터였다. ‘대학에 갔으면 공부를 해야지 데모를 하면 쓰나’라고 생각했던 만섭은 대학생 재식(류준열)의 희생을 보고 광주 시민들의 아픔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면서 힌츠페터의 취재를 도와 광주의 비극을 전 세계에 전하도록 그를 헌신적으로 돕게 된다.
<택시운전사>의 감독이 관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것은 지극히 평범했던 택시 기사 만섭이 역사적 비극을 목격하면서 변하게 한 계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광주로 향한 그는 영화에서 ‘외부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광주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절박한 감정과 눈물은 아마 관객의 시선과 느낌이 일치했을 것이다. 그만큼 진실의 힘은 큰 것이며, 이 영화는 진실은 사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역사 시간에 잠깐 들은 얘기가 5.18에 대한 지식의 전부였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마치 내가 당시 만섭의 택시 뒷자리에 타고 있는 승객과 같은 느낌으로 그날 그 순간을 하나하나 경험하는 느낌을 가졌다.
이 영화가 주목한 두 번째 인물은 당연히 헌츠페터다.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또 다른 주제는 힌츠페터의 직업의식과 사명감이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죄다 회사 걱정에 기사들을 자체 검열하고 진실을 지우는 데 급급했지만, 외국인인 그는 광주 소식을 전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 깊숙이 접근해서 취재했고, 결과적으로 진실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만섭이라는 택시운전사의 자각에 의한 헌신적 도움과 힌츠페터의 직업의식에 의한 사명감이 어울려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성공한다. 역사는 영웅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소시민들의 의지의 총합이 곧 역사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 인물은 광주 시민들이다. 물론 그 가운데에 재식이란 학생도 있다. 이들의 희생은 두 주인공들 사이에서 배경처럼 보이나 사실은 이 영화는 그들을 위한 것이었다. <택시운전사>는 오늘날 당연한 것처럼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익숙해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시민들의 희생이 그 밑에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젊은 세대들이 만섭, 힌츠페터, 그리고 광주 시민들에 대해 죄스럽고 무거운 마음을 느끼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이 영화는 메시지는 무겁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이 있는 담백한 영화이다. 어두운 과거 역사를 그리는 영화에 대한 모범을 보여주는 듯한 <택시운전사>는 그래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