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 "가장 화나게 하는 사람은 직장 상사“

화날 때 "솔직하게 표현한다" 21.3%, "속으로 삭힌다" 35.7% / 정인혜 기자

2017-08-10     취재기자 정인혜

“직장 상사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게 우울증 초기 증상인 것 같아요.”

직장인 강모(35) 씨는 매주 일요일 밤만 되면 불안함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튿날 출근해 마주해야 할 직장 상사의 얼굴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강 씨는 “직장 상사의 목소리나 얼굴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사가 먼저 그만 둘 리는 없을 것 같고, 정말 퇴근하면 구직 사이트 찾아보는 게 일과”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고민을 가진 직장인은 비단 강 씨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감정 조절을 어렵게 하는 대상’으로 직장 상사를 꼽았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화가 나는 이유는 직장 상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9일 벼룩시장 구인구직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직장인 남녀 6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직장 상사 때문에 화가 난다고 대답한 직장인들은 화를 표출하는 대신 꾹꾹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화가 날 때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8.4%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한다’고 답했다. ‘억지로 감정을 억제하고 숨기는 편’을 꼽은 직장인도 24.5%나 됐다. ‘느낀 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1.3%에 그쳤다.

직장에서 화나는 일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행동할까? 이번 조사 응답자의 61.8%는 ‘표정을 굳히는 등 간접적으로 표현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속으로 참고 삭힌다’는 답변은 35.7%, ‘직접적으로 화를 낸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6.7%로 집계됐다.

화가 나도 잘 표현하지 않는 이유로는 절반에 가까운 45.4%의 응답자가 ‘화를 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이어 ‘평판이 나빠질 것 같아서’(22.8%), ‘원래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어서’(21.7%), ‘다들 참고 넘어가는 것 같아서’(13.7%), ‘인사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10.6%)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직장인들이 꼽은 감정조절이 가장 어려운 순간 1위는 ‘불합리한 일을 겪고도 제대로 항의할 수 없을 때’(38%)로 나타났다. ‘막말, 인격 모독 발언을 들을 때’를 꼽은 직장인도 30.8%로 1위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3위는 ‘능력, 업무 성과를 과소평가 받을 때’(12%)가 차지했다. 

이어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을 때’(9.3%), ‘동료, 부하 직원과 비교 당할 때’(8%), ‘업무 성과를 가로채기당했을 때’(7.2%), ‘과도한 업무로 야근, 연장 근무를 해야 할 때’(6.3%) 등의 답변도 있었다.

사회 생활 10년차인 직장인 최모 씨는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 두는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라지 않나. 직장 상사와 사이만 좋아도 회사 다니기가 편한데, 왜 상사들은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도 이해를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도 이상한 상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뿐”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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